한·일 신시대 기반한 동북아 평화를 기대한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한·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 의지
야당·피해자, ‘제3자 변제’에 ‘굴종 외교’ 비판
쌍방 모두 피해 보는 ‘루즈 루즈 게임’ 멈춰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9 00:02:01

오랜 기간 경색되고 있는 한·일 양국 간 관계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 내에서 피해자와 유족 중심으로 여전히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난제가 적잖지만 한·일 협력 신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굴종 외교’를 멈춰야 한·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한·일 간 관계 개선에 협력하는 게 온당하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공개한 해결책을 염두에 두고 한·일 관계 정상화에 기대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르면 2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움직임이 반목의 한·일 관계를 풀고 교류 확대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5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수주의적 외교노선이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문재인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한 것도 이에 일조했다.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양국이 피차 얻은 건 없고, 같이 피해만 보는 ‘루즈 루즈(lose-lose) 게임’을 벌여온 꼴이다.

한·일 양국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이어가자고 공감대를 형성한 건 바람직하다.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채택한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은 큰 시사점을 준다. 당시 양국 정상은 과거사 인식을 포함해 11개 항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주목되는 바는 일본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힌 것으로 양국이 과거 역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됐다. 또 합의문에는 부속 문서로 정상회담 연 1회 이상 실시·대북정책 공조·민관투자촉진협의회 개최·청소년 교류 확대 등 43개 항목의 ‘행동 계획’도 채택했다. 이후 한국 내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개방 등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일은 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와 같은 물)처럼 가까운 사이다.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만 개선되면 호혜정신으로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신시대를 열 수 있다.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운위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국내 비판 속에 ‘제3자 변제’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일 신시대를 위한 한국 측의 노력을 알고 있는 일본이라면, 반도체 장비 등 수출 규제를 푸는 ‘백색국가 복귀’는 물론 피해자 측이 납득할 수 있는 입장부터 내놓길 촉구한다.

우리도 한·일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면서 관계를 호전시킬 방법을 적극 찾아나서야 한다. 외교에서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번영을 위한 역사의 눈이 필요함을 새길 때다. 조만간 향후 10년, 20년 한·일 관계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만한 선언 같은 게 나오길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