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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방 이후 300억달러 규모의 투...'))
한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특별히 유난하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전통이나 관행·방문 목적·국가 원수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상대 국가와 비즈니스 관련 현안이 많으면 다수의 기업인과 동행하지만 그리 요란하지는 않다. 현 20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진행하는 행사를 보면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대동소이하다.
주재국 정부와 조율된 공식 행사 외에도 양국 기업 협력 포럼, 현지 동포 간담회, 동행 경제인 만찬, 이와 별도의 영부인 일정 등 참으로 많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숨가쁘게 돌아간다. 각 정부 부처에서 출장 나온 공무원들은 경쟁적으로 순방 성과를 챙기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 지나칠 정도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경쟁력이라면 할 말이 없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요란했다. 100개사의 동행 기업인이 발표되고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매머드급이 되었다. 새해 첫 순방지가 오일머니로 현재 뜨고 있는 중동의 허브인 UAE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1월 중동의 다른 부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가 방한하여 국내 기업과 2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0조 원에 달하는 돈 보따리를 풀고 간 직후라 관심이 더욱 고조됐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기대해 볼 만한 시장이 고유가로 국가 재정이 두둑해지고 있는 중동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 새로운 신화를 이 시장에서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오기가 다시 발동하고 있다.
예상대로 굵직한 성과가 언론을 도배질했다.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국부펀드가 국내에 들어와 유망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을 포함해 40여 건의 MOU를 체결하는 등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바라카 원전 건설로 축적된 양국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 40년에 이어 향후 100년 형제국이라는 파트너십까지 구축했다.
석유가 유한하다는 전제하에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모두 ‘포스트 오일’에 대비해 탈(脫)석유 산업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지역 선발주자인 아랍에미리트(UAE)나 최대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상징적 협력의 틀을 만든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기술이나 경험·신뢰도 등 한국 기업이 축적해 놓은 종합적인 평판이 경쟁국인 구미 혹은 중국 기업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중동 국가와의 비즈니스는 정상 외교에 의해 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되는 것이 관례다. 다른 지역 순방 결과보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더 높다. 감사원 발표만 보더라도 지난 정권의 UAE 방문 성과가 결과로 이어진 것은 40〜50%에 달한다. 다만 결과에 대한 평가가 분분해 설왕설래가 많다. 심지어 어떤 국가들은 순방 시 체결된 MOU가 실질적인 성과로 전혀 이어지지 않은 적도 분명히 있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이번에 보여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외교와 관련한 적극적인 자세, 유연한 처세술이 돋보였다. 방문 성과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반드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MOU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고 이행하지 않아도 무방하므로 남발하고 있다는 국민적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피드백은 필연적이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세일즈 수완도 그럴듯했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의 오찬 회동에서 자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이 바쁜 시간에 짬을 낸 것이 정치나 정부가 잘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개별 기업의 인맥 혹은 한국 경제의 축적된 글로벌화의 산출물 때문이라는 점이다.
정권은 고작 5년이지만 기업은 10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다. 다른 의미에서 보면 “대통령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1호 영업사원”이라는 윤 대통령의 표현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공무원이란 국민이나 기업이 낸 세금으로 녹을 받고 봉사하는 국가의 심부름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윗물의 통 큰 변화가 아랫물로 연결될지 아니면 일과성으로 그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윤 대통령이 “한국을 세계 최고 혁신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흔히 듣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허브란 이해당사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들면서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생겨나는 생태계를 일컫는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에 이런 텃밭이 없어 많은 기업이나 기업가들이 해외를 전전하고 있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한국은 허브가 될 수 있는 기업·기술·인재·지리적 여건 등 복합적인 요소를 내부에 이미 겸비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런 다양한 장점을 갖춘 한국과의 교류를 절실히 원한다. 바뀌어야 할 부문은 공적 영역인데 정치가 복지부동이면 공무원이라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모처럼 태동하고 있는 ‘하나 된 팀 코리아’ 팀워크의 승천을 기대해본다. 6개월 혹은 1년 후에도 똑같은 모습이면 또 다른 정권의 말치레나 공염불에 그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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