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신 못 차리면 주사파 정권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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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당내 중진과 대통령실 갈등, 관례로 보아 정상 아냐
대표경선·공천보다 더 중요한 건 튼튼한 안보·경제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26 09:46:04

나경원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은 결론적으로 잘한 일이다. 우선 당의 분열을 막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가 당 대표에 출마한다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당이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윤 대통령이 그를 저출산고령화대책 위원장과 기후대사직에서 해임할 때부터 계속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왔고 당내에서도 불필요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경원의 대표 출마를 둘러싸고 전개된 정치 과정에는 문제가 많았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나경원의 출마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이고, 그의 출마를 막으려는 방해 행위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동안 그를 압박하기 위해 보인 여러 행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대통령실이 나서서 원내대표까지 지낸 여당 중진 정치인을 대놓고 비난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 것이다.

대통령실 비서관들은 그동안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추방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는 등 기강이나 처신·능력 면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또 이번 나경원 문제 처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보인 직선적인 정치 방식도 문제다. 그의 부주의한 직선적 행동은 지난번 유엔 방문 때도 문제가 되었지만 이번 중동 방문에서도 부주의한 말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켰다.

물론 나경원 본인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내부적인 조율도 없이 덜컹 저출산 대책 구상을 발표한 것이라든지 정부의 중책을 맡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당 대표 출마를 위해 그만두겠다고 했다든지, 대통령 측과의 갈등과 여론조사 1등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등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 것 등은 문제다. 당연히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번 출마 포기 결정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경원의 불출마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고 윤 대통령과 당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한 정치인의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은 사실이다. 그 방법 또한 졸렬했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에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실패하면 계속 절름발이 정권이 된다. 그러나 이번에 보인 행태는 그런 엄중함을 간과한 채 눈앞의 잿밥(공천)에만 눈독을 들인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내년 총선 승리에 집중한다면 그동안의 안일한 행보와 행태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행태는 국민의 실망과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심하면 총선 악재가 된다.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한 지원과 집권당으로서의 당력 강화를 위해 당내 불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대통령의 의중, 즉 윤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여소야대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약한 정권인데 당내에서 비판의 자유를 내세워 대통령을 공공연히 폄훼하는 것은 곤란하다. 윤 대통령도 당내 불만이 국정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당정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나경원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윤심이 공공연히 노출된 것은 정치적으로도 큰 마이너스다. 자유로워야 할 당내 선거에 당 외의 힘이 그처럼 직접 작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당 대표는 당원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대통령이나 그 측근의 간여는 국민적 거부 반응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특별한 경고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는 윤 대통령에 공헌한 바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나 당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면 큰 잘못이다. 공헌의 대가로 특권적 지위를 누리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 국민의힘은 문제가 많은 정당이다. 분란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여론조사 지지도가 단군 이래 최대의 부패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대표로 있는 정당과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만 해도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다. 만약 입장을 바꿔 국민의힘에 그런 일이 있다면 정치집단으로서 생존하기조차 어려울 타격을 입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좀 높게 나온다고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다. 여소야대의 집권당이라면 당연히 똘똘 뭉쳐서 뚫고 나가야 할 결의와 강단·투지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집권 5년을 거치면서 김일성주체사상파 세력은 비대해졌고, 윤 정부를 임기 중 몰아내려고 온갖 술수를 짜내고 있다. 민주당 밖의 민주노총과 주사파 시민단체도 강대해졌다.

여기에 북한 정권도 핵무기를 앞세워 남쪽을 협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유형무형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마디로 좌파들은 권력의 칼자루는 빼앗겼지만 윤 정부를 포위하고 있고 그 칼을 빼앗으려고 호시탐탐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윤 정부 책임자들에게 과연 이런 인식하에 범우파 연대의식을 갖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결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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