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낭자들이여, 새해에는 큰 비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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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총상금 1300억원 넘어
HGV 대회엔 태극 낭자 출전자 전무
승부욕과 파이팅 실종돼 큰 아쉬움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25 18:20:08

LPGA(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의 사전적 정의는 미국 여자 프로골프협회로 여자 프로골퍼들이 참가하는 투어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매년 120여 명이 출전하는 LPGA 정규 투어에 미국 선수들은 절반에도 못 미칠 뿐이다. 한국, 일본, 잉글랜드, 스웨덴 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선수들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무늬만 미국 여자 프로 골프협회일 뿐 전 세계의 최정상급 여자프로 골퍼들이 출전하는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20여 명에 달한다.

언어 장벽등 감수하고 LPGA 노크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경쟁하는 만큼 상금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정규 투어가 총상금이 300억 원을 갓 넘은 반면, 2023 시즌 LPGA투어는 35개 공식 대회에 총상금이 역대 최대인 1억140만 달러(약 1361억 원)나 걸려 있다. KLPGA투어와 무려 네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LPGA투어의 최고봉인 US여자오픈에는 2022년처럼 총상금이 1000만 달러 책정돼 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시차가 12시간 이상 나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장거리 이동에 따른 어려움과 언어의 장벽을 감수하고도 매년 LPGA 투어의 높은 문을 끊임없이 두들기는 이유다. 2023시즌을 앞두고도 LPGA투어 등용문인 퀄리파잉(Q)스쿨을 1위로 통과한 유해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박금강 등 2명이 ‘지옥의 관문’을 통과했다. Q스쿨은 LPGA 투어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 출전 티켓을 주는 일종의 입학시험이며, 전 세계에서 모인 내로라하는 100여명이 2주간 8라운드를 치러 우열을 가린다. 20위 안에 들어야 시드를 받는다.

한국 선수 출전선수 ‘0’은 현주소 반영

엊그제 끝난 LPGA 투어 2023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이컨스(HGV)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는 단 한명의 한국 선수가 없었다. LPGA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불참한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출전 자격을 갖춘 5명이 불참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한국 선수 출전자 숫자가 ‘0’이라는 사실은 최근 우승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한국여자골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회는 최근 2년간 우승한 선수만이 출전할 수 있는 왕중왕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2019년 첫 대회 때는 한국 여자골퍼 6명이 참가해 지은희 우승, 이미림 준우승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고, 2020년 6명, 2021년 3명 그리고 지난해에도 4명이 우승에 도전했다. 최근 LPGA투어에서 부진했던 태극낭자들은 올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갖춘 선수가 세계랭킹 5위인 고진영, 박인비, 김효주 등 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에서 내려온 고진영은 손목 부상이 호전되지 않아 막판까지 고민 끝에 불참을 결정했고, 박인비는 4월 출산할 예정이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5승 합작한 LPGA투어 최강국이 한국

LPGA 투어에서 기량이 가장 뛰어나고 골프를 잘하는 선수들이 제일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적어도 2020년까지는 분명 그러했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외환관리를 받던 1998년 7월 US 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희망과 용기의 샷을 날린 ‘맨발의 투혼’의 주인공 박세리를 위시해 2022시즌까지 무려 205승을 합작한 태극낭자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부진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한 이후 5개월 동안 16개 대회에서 '무관'에 시달렸고 고진영이 지키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내줬다. 7승을 거둔 2021년에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이어오던 ‘LPGA 최다 우승국’ 자리를 미국에게 내줬고 4승에 그친 2022년에는 2011년 3승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물론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는 게 바로 골프다.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와 달리 한국 선수들의 경기에서 승부욕과 파이팅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우승에 대한 절박함과 도전 자세 등이 보이지 않아 씁쓸함을 더해줄 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곧 한국 여자골프에 빨간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태극낭자들의 부활과 분발을 소망

여자골프에 비해 상금규모나 흥행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남자골프는 2023년 새해 두 번째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김시우가 우승하면서 한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한국의 골프 팬들에겐 LPGA 투어를 주름잡는 태극낭자들의 활약상이 청량제와 다름없었다. 월요일 아침마다 미국 땅에서 전해오는 승전보에 우리 국민들은 상쾌하고 즐거운 한 주를 보낼 수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이러한 기쁨이 끊겼다.

새해 한국 여자골퍼들의 절실한 화두는 부활이다. 개막전에서는 응원할 한국 선수가 없었지만 앞으로 치를 대회에서는 태극낭자들이 자주 우승 소식을 전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태극 낭자들의 부활과 분발을 소망한다.

박병헌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