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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 전방위적인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도 수익성·건전성 악화 우려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카드사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은행권 등 타 금융업권에 비해 적은 것으로 전해져 온도차가 감지된다.
현대·우리·하나·신한카드, 일제히 희망퇴직 실시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카드사는 신한카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9일 근속 15년 이상의 만 54세~58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신청기간은 11일 하루였다.
희망퇴직자로 선정되면 임금의 평균 30개월 치를 받게 된다. 다만 근속 연차와 나이 등에 따라 평균임금이 다르게 지급되며 추가적으로 최대 4년간 연간 700만 원 이내의 자녀 학자금과 최대 1500만 원의 전직 창업지원금 등도 지급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직원의 제2 인생 지원을 위해 회사와 직원 상생 관점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카드 역시 4일 근속 만 10년 이상의 만 55세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신청은 10일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퇴직자로 선정될 경우 직급에 따라 책임자 및 사원급 직원은 36개월치 평균임금이 제공되며 관리자는 31개월에서 36개월의 평균임금이 지급되게 된다. 또 대상자에게는 재취업 지원금·자녀장학금·의료비 등도 지원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조기에 전직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도 있지만 금융 환경이 많이 변하다 보니 인력 구조를 조금 더 효율성 있게 가져가기 위해 진행한 면도 있다”며 “전년 조건에서 범위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현대카드와 우리카드가 희망퇴직 접수를 실시했다. 현대카드는 20년 이상 근속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카드도 지난해 1967년~1969년생 및 우리금융그룹 근속 10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했다.
카드업계, “조금만 더 버텨보자”… 은행권, “지금 떠나자”
희망퇴직 바람은 카드사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불어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은 신한·KB국민은행 등이 희망퇴직을 접수받았고, 증권업계 역시 중소증권사부터 시작해 KB·미래에셋증권이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다만 희망퇴직을 두고 업권별 온도차가 감지된다. 특히 은행권 희망퇴직은 좋았던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호황일 때 떠나자”는 분위기인 반면 카드업계는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 차원이라는 것에 좀 더 큰 의미를 두면서 은행권과는 또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카드업계는 수익성·건전성 등의 악화로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특히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달금리 압박이 심화되면서 올해 실적 전망에도 한파가 예보되고있다.
은행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는 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카드채·리스채·할부금융채 등의 금융기관채인 금융채∥(AA+·3년 만기)의 금리는 19일 기준 4.507%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올해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약 1조 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이자비용이 지난해 대비 약 1조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면서 “2023년 영업수익 규모가 2022년과 유사할 것으로 단순 가정할 경우 이자비용 증분만으로 영업이익 규모는 2019년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수익성 제고 노력에도 상당 수준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사실상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올려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건비 절약으로 비용적인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이 실시한 희망퇴직 접수 결과 신청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희망퇴직 접수를 실시한 카드사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원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신청자가) 한자릿수로 알고 있다”며 “타사의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신청자가 몇 명인지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 없지만 그렇게 많은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카드사 희망퇴직 신청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로 희망퇴직을 하더라도 악화된 경기 상황에 재취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아무래도 경기도 어려운 상황에 재취업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에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 기업들이 한창 생겼을 때는 그 쪽으로 옮기는 분들도 종종 있었지만, 요즘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의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국민은행은 특별퇴직 확정자에게 근무기간 등에 따라 23~35개월치 월평균 급여와 함께 학기당 350만 원(최대 8학기)의 학자금·최대 3400만 원의 재취업 지원금·본인 및 배우자의 건강검진·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이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 일반직원 가운데 근속 연수가 15년 이상이면서 1964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확정자는 출생년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지급받게 된다.
업계는 국민은행 700여 명·신한은행 380여 명을 포함해 주요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들이 올해 3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년 주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가 2000여 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은행권 희망퇴직자 수가 1000명 이상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은행권 희망퇴직 조건과 비교했을 때 메리트가 크게 확대되지 않았음에도 신청자가 늘어난 데는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해 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이만한 조건이 유지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카드업계가 업황 불황에 따른 여파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호응도가 떨어지는 것과 달리, 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 호황 속에 실시하는 희망퇴직 선택지가 역설적으로 행원들에게 ‘크게 한몫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마지막 기회’로 다가온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은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 분위기에 언제 또 이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냐는 생각에 신청하는 사도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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