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030년께 전기차 배터리 中 의존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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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리튬 정제소 완공되면 홀로서기 우뚝
美 IRA 인센티브 손짓에 기업 이전이 변수로

장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26 16:00:07

▲ 중국 난징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유럽에는 리튬 정제소가 없으며 전 세계 리튬 정제 처리의 약 90%가 동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디언)

유럽이 2030년경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영국 환경주의 연구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EU가 2027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고, 공급망에서 중국을 차단할 만큼 충분한 양의 리튬이온 배터리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T&E 보고서를 인용해 배터리 분야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전망은 긍정적이나 아직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충전이 가능하며 가전제품과 전기자동차에 많이 사용되는 중요 부품으로 친환경 산업의 핵심 소재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료·기술·공급망 확보 및 국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E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럽의 폐배터리 정제 및 가공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향후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2030년까지 유럽의 정제 리튬에 대한 수요 50% 이상을 유럽 내 생산 시설에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럽에는 리튬 정제소가 없으며 전 세계 리튬 정제 처리의 약 90%가 동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리튬 정제소 건설이 완료되면 유럽의 배터리 독립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의 하원의원들은 중국과 서방의 정치적 긴장이 존재하는 가운데 영국의 전기차 공급망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이 핵심적인 취약점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영국은 2030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했고, EU는 2035년부터 내연 기관 차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중요 원자재에 대한 EU 법안은 높은 환경 기준에 충족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IRA는 미국에 대한 친환경 투자를 유도하고 영국과 EU 정책입안자들이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작용했다고 T&E는 분석했다.

T&E 보고서는 2027년까지 유럽의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에 대한 수요 3분의 2는 유럽 내에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업체 유미코어(Umicore)의 폴란드 공장,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의 스웨덴 공장 등에서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T&E 연구진은 기업이 유럽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를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를 위한 법안 IRA가 제공하는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에 유럽 기업이 미국 이전도 고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T&E 선임이사는 “현재 EU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셀의 절반이 이미 유럽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IRA는 게임의 규칙을 바꿔 놓았다. 유럽은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거나 계획했던 배터리 공장 건설과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길 위험에 놓였다”고 말했다.

T&E는 이번 연구에서 전기자동차·배터리·재생에너지 부문 투자 지원을 위한 공동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된 현금으로 EU 펀드를 조성하라고 요청했다.

17일에는 영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사실상 파산했다. 브리티시볼트는 잉글랜드 북부 노섬벌랜드주의 해양도시 블라이스 인근에 3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브리티시볼트는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브리티시볼트는 지난해 정부가 약속한 자금 중 일부를 선지급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이 약속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정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자금 지원을 거부당했다.

가디언은 영국 배터리 산업의 희망으로 불리던 브리티시볼트가 파산하면서 영국의 전기차 산업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브리티시볼트의 파산은 자동차 산업의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포함한 ‘녹색 산업혁명’ 계획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포괄적인 산업 전략에 대한 요구를 촉발시켰다.

토니 댄커 영국산업연맹(CBI) 사무총장은 23일 유니버시티런던(UCL)에서 한 연설에서 정부가 녹색 경제 투자에 실패했으며 영국은 미국과 EU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저탄소 투자를 장려하는 접근 방식에서 “영국을 능가하며 한 수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유럽·아시아·미국 전역의 경쟁업체들이 (친환경 경제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나아가는 동안 우리 영국은 이 부문에서 스스로를 2인자로 인식한 채 최고만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