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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하루 전날인 21일 중학교 동창생 8명이 경기도 김포의 한 집에 모였다. 올해 정년을 맞는 공무원과 전직 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코로나19로 3년 동안 중국에서 귀국하지 못했던 현지 공장장도 있다. 동창생들이 한데 모인 곳은 32년째 옴짝달싹못하는 또 다른 동창생 집이었다. 국내에 사는 동창들도 이래저래 3년 만의 만남이었다.
친구는 1991년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 중 트럭에 치여 척추 신경이 마비돼 자력으로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친형 부부가 30년 이상 전신이 마비된 동생을 돌보고 있다. 형도 70세가 넘었고 지병까지 생겨 자기 몸 돌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카는 삼촌 병간호하는 부모님을 돕다 간호사가 됐다.
친구가 누워 있는 집은 침대가 드나들기 쉽게 문턱을 다 없앴다. 방에 딸린 화장실은 매우 넓다. 벽지는 김포시청 봉사단에서 깨끗하게 단장해 줬고, TV는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구입해 누워서도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 뒀다. 친구는 TV 리모컨을 누를 정도의 손 움직임은 가능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동창들은 해마다 추석과 설 전날이면 빠짐없이 친구네를 방문했다. 힘없는 친구의 손을 어루만지고 서로 안부를 묻고 답하는 게 전부이지만 30년 동안 지속했다. 친구의 형과 형수는 매년 찾아주는 동창들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정작 고마운 건 쾌유될 가능성 전혀 없는 동생·시동생을 30년 이상 변함없이 간호하는 친구의 형과 형수다.
평기자 시절 ‘전신마비 동생 간호하는 형과 형수’ 이야기를 기사로 써서 세상에 알리려다 형한테 크게 혼난 일이 있다. 형은 “당연한 일을 왜 알리려 하느냐, 기사가 나가면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호되게 질책했다. 어찌 보면 형과 형수는 동생과 시동생 병간호하느라 인생이 다 갔다. 물론 뾰족한 다른 선택권도 없다. 업(業)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안타깝다.
38년을 돌봐 온 뇌병변 딸을 살해한 엄마 관련 재판 결과가 최근 나왔다. 난치성 뇌전증에 지적장애를 앓는 딸이 대장암 진단까지 받고 항암 치료에 고통을 호소하자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법에도 눈물이 있었다. 중증 장애인 돌보는 일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너무 가혹하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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