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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은 잘 쇠셨는지?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았다. 코로나19로 ‘불효자는 고향에 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며 고향 방문을 자제하던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고향길 찾는 발걸음이 행복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정작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분들이 있다. 바로 실향민과 신(新)이산가족이라 불리는 탈북민이다. 꿈에도 그리는 고향인데 언제면 갈 수 있을는지 그저 애만 태우는 날이 70여 년을 넘어간다. 남북한의 막힌 담이 허물어지고, 북녘 땅 마음껏 밟을 수 있기를 또 새해 소망으로 빌어 본다.
서울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최강 한파로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뼛속까지 시린 한겨울 추위를 맞으며, 문득 북한·중국 국경에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이 생각났다. 북·중 국경에서 초망원 렌즈로 북녘을 사진에 담은 건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북녘 사람들의 실상을 제대로 세상에 알리고픈 마음 때문이랄까.
이맘때면 북녘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짐작될까? 백두산 지역 기온이 영하 41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추위에 북녘 여성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향한다. 빨래 더미 머리에 이고 수백 미터를 걸어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근다. 내가 사진을 찍던 날 기온은 영하 25도 정도였다.
삭풍 몰아치는 압록강 체감온도를 고려하면 그 추위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지게를 지고 강변으로 향하는 모습은 또 어떨까? 마실 물이 없어 압록강과 두만강에 나가 물을 길어오는 형편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21세기에 어찌 이런 모습을 직시해야 하는지. 세탁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해도 전력 사정이 좋지 않으니 세탁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 강물에 몇 번 담갔다 마는 빨래도 문제지만,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말릴지 더욱 걱정이다.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에 깊이 팬 주름살이 보이나. 만약 이 여성이 우리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겠나. 북한인권 운동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 빨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에서 신음하는 동포를 위해 따스한 마음 하나 내어 주는 것, 그게 바로 북한인권 운동이다. 북한 인권, 바로 당신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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