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인도주의 활동 허용”… 아프간 회생 ‘숨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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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혹한기 126명 사망… 취약계층 지원 시급
여성고립 족쇄 푸는 지침 발표… 유엔 완화책 반색

박어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27 00:03:00

▲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병사가 한 여성이 지나가는 거리를 경비하고 있다. 최근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들의 인도주의 활동 허용을 유엔에 약속했다.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자국 내 여성들의 인도주의 활동을 허용할 새로운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유엔에 말했다.

25일(현지시간) BBC는 탈레반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비정부기구(NGO) 활동 금지를 번복하진 않았지만 여성들의 인도주의 활동 허용에 대해 유엔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은 “올해 구호단체 기관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 2800만 명의 아프간인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올 겨울 10년 만의 혹한으로 2주 만에 126명이 사망했다. 탈레반 집권 이후 국제 사회의 제재에 강추위가 더해져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삶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에 BBC는 아프가니스탄에 원조를 제공하는 것도 엄청난 규모를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2021년 집권을 시작한 이후로 여성들의 대학 및 고등 교육 금지·일자리 금지·구호단체 활동 금지 등을 비롯해 여성에 대한 억압이 심화돼 왔다. 탈레반은 구호단체 여성들이 이슬람 옷차림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직원 없이 여성과 여자 어린이들을 접촉하기는 쉽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사는 한 여성은 BBC와 인터뷰에서 “어떤 구호 기관도 우리를 방문하지 않는다”며 “지난 정부뿐만 아니라 탈레반 정부에서도 온 사람은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유엔은 탈레반 정부 고위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여성이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과 어린이를 도울 수 없다”면서 “모든 인도주의적 활동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호소했다.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여러 혹독한 환경에서 구호 활동을 한 활동가는 탈레반과의 회담 후에 “(그들이)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 지침이 여성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 정부에 속한 보수적인 세력들은 “남성들이 이미 우리(탈레반 정부)와 함께 구조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여성들은 함께 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긴급한 구호품의 전달은 탈레반의 보수적인 지도자들과의 실랑이로 인해 늦어졌다. 그러나 그리피스 사무부총장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치기에 2021년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 직후의 상황과 비교해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전 탈레반 공격과 미국 주도의 군사 작전의 위협으로 단절됐던 지역들은 현재 접근이 더 쉬워졌으며, 지난해 겨울에는 중부 고지대인 구르를 포함한 외딴 지역에서 11시간 동안 진행된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몇몇 가정이 기근의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박어진 기자 parke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