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 때 ‘교통비 쇼크’ 최소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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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대중교통비 줄인상

김기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30 00:02:30

“교통비로 다달이 10만 원은 우습게 나가는데 당연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죠. 이것이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부의 대답일까요?”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며 인천시 부평구로 매일 출근하는 한 시민의 하소연이다. 그는 최근 출근길에서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거라는 뉴스를 접했다. 서울시가 4월 말까지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요금을 300~400원가량 인상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내달 1일 공청회를 개최해 300원과 400원 두 가지의 요금 인상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지하철·버스 요금을 300원 인상할 방침이었지만 지난해 적자 규모(지하철 1조2000억 원·버스 6600억 원)를 감안해 현실적으로 인상 폭을 더 높일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서민 가계 부담을 우려해 인상 폭을 400원 이하로 제한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 택시는 내달 1일부터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현행 2km에서 1.6km로 400m 줄어들어 인상 부담을 더욱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와 경기도 역시 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부터 택시의 심야 할증요금 부과 시간은 기존 밤 12시~오전 4시에서 오후 10시~오전 4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

이쯤 되면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 대신 조금 힘들어도 서울시의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다녀야 할 판이다. 그런데 따릉이마저 요금이 1000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5월 전후로 따릉이 이용 요금을 현행 시간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따릉이는 2015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운반·정비 등의 비용이 상승했지만, 이용 요금은 줄곧 동결돼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9년 90억 원이던 적자 규모는 2021년 103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에 서울시는 따릉이 요금에 대해서도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따릉이가 대중교통의 대체재로 역할을 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중교통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따릉이의 1시간 이용료가 2000원으로 오르면, 최대 인상 폭(400원)을 반영한 버스(1600원)·지하철(1650원) 요금보다 비싸지므로 대중교통의 대체재로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정을 넘긴 새해 초부터 시민들은 희망찬 뉴스 대신 교통비 부담을 잔뜩 떠안아야 한다는 무거운 뉴스를 접한 셈이다. 비록 한계에 다다른 대중교통의 경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8년 만에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라지만, 이미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주름살은 더 깊어지게 됐다.

지난해 국회는 올해 예산안에 지방자치단체의 노약자 무임 수송 등에 따른 공익서비스비용 보상(Public Service Obligation·PSO)을 삭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지자체 도시철도 손실 보전 예산을 추가 반영했으나, 철도법에 따른 코레일 PSO 예산만 반영한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민생을 보듬기 위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정책적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은 아직 국민에게 와닿지 않는다. 올해 교통비 인상이 불가피했다면 물가가 여전히 높은 현시점이 아니라 형편이 조금 회복된 이후에 했다면 어땠을까. 요금 인상에 취약한 계층에게 교통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라도 ‘교통비 쇼크’를 최소화할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