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국보법 위반 수사는 국정원이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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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포섭에 차관보급 간첩 내려오는데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1년 후 경찰로 이관
전문 조직이 관장하고 정치에 안 흔들려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27 00:02:02

간첩 수사는 국가정보원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전방위적 대남 침투 공작이 속속 적발되면서다. 더구나 문재인정부 시절 이들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재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한해 국정원의 수사권을 복원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북한의 대형 첩보 활동이 속속 적발되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 침투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북한에서 암호문 형태로 받은 지령을 수행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를 포함,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경남 창원·전북 전주·제주 등에서는 진보·좌파 성향 정당의 지역조직에 침투한 의심을 받는 지하조직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한길회)’ 수사도 한창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이적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포섭하기 위해 투입한 대남 요원 이광진은 ‘차관보급 베테랑 간첩’으로 드러났다. 안보 당국이 노동단체 내 간첩 조직의 총책으로 보고 조사 중인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가 주로 만난 북한 공작원이 2021년 청주간첩단 사건의 배후로 밝혀졌던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문화교류국 소속 이광진이다. 이광진은 우리의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공작원으로 2017년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 등을 벌인 이른바 ‘청주간첩단’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돼 있다.

이들 사건에 대해 국정원은 상당 기간에 걸쳐 정보 수집과 내사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문 정부 시절 국정원 지휘부가 간첩 수사에 난감해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간첩 사건의 관련자를 처벌하려고 했지만,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수사를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11~2016년 26건이었던 간첩 적발 건수는 문 정부 시절인 2017~2020년 3건으로 확 줄어들었다.

여당이던 민주당은 2020년 12월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키고 2024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과 경찰은 국장급·실무급 안보수사협의체를 구성해 정기 협의를 이어왔고, 경찰은 지난해 12월 전국 56개 경찰서에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팀을 신설해 수사관 131명을 증원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대공수사 역량을 경찰이 3년 만에 흡수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부쩍 확산됐다. 특히 주요 대공사건은 해외 첩보망과 연계가 필수인데, 경찰이 전담할 경우 이 같은 연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경찰은 해외 방첩망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된 대공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문 정부는 방첩 노하우를 전수받아 대공 업무를 맡아야할 경찰의 안보수사 인력마저 공공안보라는 명칭 아래 탈북인·마약·전략물자 반출·정보통신망법 위반자 수사로 돌려왔다.

북한의 첩보공작이 잇따라 적발됨에 따라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재고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한해 국정원의 수사권을 복원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간첩 수사는 통상 내사에만 6~7년이 걸리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또 전문적인 수사 기법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아도 10여 년 지켜보기만 하는 끈기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단기성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경찰이 이런 초장기 수사에 접한할 지 의문이다. 애국심·인내심이 아닌 조직의 특수성·전문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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