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민초의 삶 어둡게 하는 정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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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지키려 패거리싸움 올인했던 조선시대 동인·서인
죄 없는 백성만 참화 희생양… 역사의 교훈 되돌아 봐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30 00:02:40

길고 긴 정쟁(政爭)의 세월은 민초의 삶, 민생을 어둡게 한다. 근래 여의도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캄캄한 ‘함정’이 대한민국 국민 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커진다. 고질적 정치싸움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혼란은 공전을 거듭하면서 공멸의 나락을 만나게 되리라는 ‘불온한’ 추론도 하게 된다.

뭔가 달라지리라는 희망은 발견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우리 정치는 대화와 협상·타협과 양보의 기술이 부족하기에 그렇다. 그러면서 욕심은 많다. 모두 다 가지려 한다. 제로섬 게임에 능하다.

하긴 우리 역사를 일컬어 ‘승자(勝者)의 기록’이라고 하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긴 자만이 충신으로 기록됐다는 의미다. 권력을 둘러싼 파벌과 당쟁의 대립에서 승리한 자가 권력을 갖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역사를 재해석하고 그 권력이 잠시 계속되는 동안 부귀영화를 누려 온 과거의 역사를 새삼 새해 벽두에 되새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3년 전인 1589년 정여립의 역적모의 사건으로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동인 1000여 명이 대거 숙청됐다. 정철을 정점으로 한 서인들에게 다시 권력의 칼을 쥐어 준 선조는 비대해진 동인 세력을 견제하는 차도지계(借刀之計)로 서인을 등용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권력의 균형을 복원시킨다. 그런데 그 복원의 폭이 너무 커서 1000여 명의 동인들이 밀려나니 이제는 서인중심의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선왕조 500년 내내 충신론·역적론은 정권을 잡고 상대방을 밀어내는 논리로 작동하면서 당쟁정치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이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를 중심으로 천하 통일 후 잘 조련된 조총부대를 앞세워 조선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도 당시 조선의 문인계급은 애써 무시하는 방관의 자세로 임해 훗날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선 국왕 선조를 정점에 놓고 동인·서인은 백성을 위하고 국왕에게 충성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대부분의 신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패거리싸움에 올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힘을 합해서 국방을 튼튼히 하고 대비를 해도 그 당시 동아시아의 판도를 가르는 국제전으로 치달았던 임진왜란을 잘 치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는데도 당쟁으로 국론을 분열시켰다. 게다가 신분계급사회의 경직성으로 외부의 크나큰 군사적인 도전을 극복하지 못했다. 죄 없는 백성들만 살상되고 삶의 고초를 그 전란의 후유증으로 처참하게 겪어야 했다. 민초의 수난사다.

그 역사적 교훈은 수백 년을 뛰어넘어 오늘 분단된 한반도에 더 크게 울리고 있다. 격동하는 한반도 주변정세를 보자. 중국 지도부는 중화민족 부흥의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곧 육·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일본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선제공격의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짜르 푸틴’이 보여 주고 있는 호전성과 패권주의는 평화세계를 위협하는 제1 공적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미·중·일·러가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100년 전 역사가 반복된다면 가장 위험한 곳은 동북아시아다. 특히 한반도는 남북 대치국면에서 자칫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제 위에 전략적 한·중, 한·러 관계를 통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민주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기회비용이 큰 소모적 좌우 이념 갈등을 줄이고, 선진복지국가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 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 국회는? 외교안보와 경제 살리기라는 양대 과제를 구현토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힘써야 할 책무가 무겁고도 크다. 그렇다. 오늘 우리 현실은 국가 위난의 시대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에 대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이러한 기조가 올해 세계 경제와 우리 실물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개혁을 통해 성장 기반 구축과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가 법적 뒷받침을 해 줘야 할 사안이다. 21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한다. 당략을 떠나 국리민복을 위한다면 긴 안목의 역사의식을 갖고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에 불을 댕길 수 있는 나라의 지킴이들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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