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결, 귀족 은행원들이 가로막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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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코로나 엔데믹과 은행 업무시간

임진영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1 00:02:40

3년 동안 국민의 코와 입을 막아 왔던 마스크 규제가 드디어 지난달 30일 해제됐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카페와 식당 등 실내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3년간 우리나라의 마스크 규제로 빚어진 일들은 코메디가 따로 없었다.

생전 처음 겪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에 사람들은 앞다퉈 마스크를 사재기 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상 생활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는 ‘마스크 완장질’이 횡행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를 외치는 ‘노 마스크’ 시위가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국내 일각에선 이에 대해 ‘서구의 방종’이니 ‘공동체 의식의 결여’라면서 서구 사회를 비웃고, 문재인 정권이 자화자찬했던 K-방역의 우수성을 내세우기에 바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코로나19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에서 마스크를 가장 잘 쓰고 다닌 우리나라의 코로나 확진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확진자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결국 문 정권의 K-방역이 틀렸고, 이미 1~2년 전부터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 서구 선진국이 옳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가 진작에 일상으로 돌아간 지 1년도 훨씬 더 지난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조건부만이라도 코로나 엔데믹에 동참한 현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제 사회 전 분야에서 다시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상 회복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하고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은행권 금융노조다.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당시 단축됐던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 은행 영업 시간을 마스크 규제 폐지에 발맞춰 코로나 이전의 영업 시간인 ‘오전 9시~오후 4시’로 되돌린 데 대해 금융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금융노조 측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들은 노사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 영업 시간을 조정하기로 협의했는데 사측인 은행이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외부 법률 자문까지 거쳐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뒤라면 노사 합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정당한 법적 해석을 얻었고, 이를 근거로 은행 영업 시간을 기존으로 되돌렸을 뿐이다.

금융노조는 영업 시간 연장이 노사 간 합의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합의 위반에 따른 업무 방해 혐의로 사측을 경찰에 고소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이들은 영업 시간 연장에 대한 가처분 신청까지도 검토한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 문을 여는 것이 행원들의 권리를 얼마나 침해하는 일인지 금융 노조에 되묻고 싶다. 정당한 노조 활동은 당연히 권장돼야 하고, 사측에서도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이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 영업 시간 연장은 ‘비정상적인 과거 K-방역의 행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다. 특히 국민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은행 창구 운영 시간’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코로나19 상황 종결이라는 상징으로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이제 정말 지나치게 코로나 공포를 조작한 지난 정권의 ‘K-방역 속임수’에서 탈출해 코로나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은행 영업 시간 원상복구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그 일환이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들의 행원 평균 연봉은 1억 원을 넘겼다. 연봉 1억을 받는 은행원들이 노조의 힘을 빌려 ‘일상의 정상화’라는 이 장대한 물길을 거스르는 행위는 일부 금융노조원들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서도 공감받지 못할 것이다.

은행 업무를 은행창구에 가기 보다는 손안에 있는 휴대전화 앱으로 처리하는 시대라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온라인 업무에 익숙치 못한 디지털약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은행 업무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기업과 개인이 몇이나 될까. 은행 업무시간은 일반 기업의 근무시간과 달리 은행원의 권리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임진영 금융팀장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