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 호날두 ‘메호 대결’ 있었기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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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역대 최고의 라이벌로 엄청난 흥행 요소
막상막하 실력에 ‘누가 최고’ 비교 대상
메시, 카타르 월드컵 우승…최고 선수 올라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02 09:08:46

프로 스포츠가 대중에게 흥미를 더해 주고 관심을 끄는 것은 피튀기는 승부와 함께 라이벌이 존재하기 때문일 게다. 스포츠 세계에선 늘 크고 작은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진다.

지역 감정이 우리나라 영호남 못지않은 스페인의 경우 수도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경제 무역 중심지인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FC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인 ‘엘 클라시코’ 더비가 유명하다. ‘엘 클라시코’ 더비는 무려 100년 넘게 앙숙 관계를 이뤄 오고 있다.

개인 뿐 아니라 팀간 라이벌로 늘 혈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도 아주 오래된 라이벌 관계다. 우리나라에도 프로야구에서 서울 잠실 야구장을 함께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즈의 잠실 더비, 롯데 자이언츠와 프로야구 9구단인 NC 다이노스간의 매치인 낙동강 더비를 라이벌전으로 꼽을 수 있겠다. 심지어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평양을 대표하는 4.25 체육단과 신의주를 대표하는 압록강 체육단이 라이벌 관계에 있다. 이들 체육단은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탁구·육상 등에서도 서로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하곤 한다.

현재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비는 ‘축구황제’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망·PSG)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도 완벽한 라이벌 관계다. 라이벌 관계가 오죽이나 심했으면 이 둘의 성을 따 ‘메호 대결’이라고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를 넘어 역대 최고 축구 스타의 대결이어서 많은 흥미를 끈다. 그라운드의 대결을 넘어 스포츠 문화에 엄청난 흥행요소로 작용했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시너지 효과에 프리메라 리가 유럽 최강

이 둘 덕분에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바람에 프리메라 리가는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이 둘이 함께 있던 9년 동안 무려 7번(레알 마드리드 4회·바르셀로나 3회)이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르투갈 출신의 호날두가 37세로 메시보다 두 살이 많다. 브라질의 펠레와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였지만 무려 20세의 나이 차이 탓에 그라운드 밖에서 설전을 벌였을 뿐 정작 맞대결이 없어 팬들의 아쉬움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 둘은 이제 모두 하늘의 별이 되었다.

호날두와 메시는 2010년대부터 세계 축구를 양분한 세기의 라이벌이었기에 누가 우위에 있는지는 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이 둘은 라이벌 관계를 지속하면서 늘 ‘과연 누가 최고의 선수인가’라는 비교 대상이었다.

라이벌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호날두가 2009년 7월 잉글랜드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오면서부터다. 가뜩이나 소속팀이 ‘엘 클라시코’ 더비로 앙숙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특급 공격수인 둘의 대결도 당연히 피를 튀길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팬들은 축구의 맛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호날두가 2018년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둘 간의 대결은 거의 없었다.

최고 공격수로 둘 합쳐 발롱도르 12회 수상

호날두가 통산 득점에서 819골, 메시가 794골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자리를 다툰 이들이었지만 누가 확실히 앞선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메시가 지난해 12월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에 36년 만의 우승컵을 안기면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른 바 ‘염소(GOAT·greatst of all times)논쟁’에서 메시가 압도한 것이다. 애국심이 각별한 메시는 부상을 우려한 소속 구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축구 선수로서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면 메시와 함께 뛰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경기에서 호날두는 신체적인 조건에서 메시를 압도하면서도 카타르 월드컵 4강 문턱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주장을 맡았지만 선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황혼기로 접어든 ‘메호 대결’이 끝난 듯싶었지만 얼마전 빅 이벤트가 만들어져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호날두가 유럽을 떠나 추산 연봉 2억 유로(약 2685억 원)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새 둥지를 틀면서 ‘라스트 메호 대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렸다.

호날두가 속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연합 올스타팀과 메시가 속한 PSG가 벌인 친선경기의 티켓 예매에는 200만 명이 몰렸고,10분도 안 돼 매진됐다. 라커룸 입장이 가능하고 두 선수와 사진 촬영이 허용되는 티켓이 무려 260만 달러(약 32억 원)에 경매된 걸 보면 열기와 관심도를 짐작할 만하다.

둘은 37차례 맞대결에서 메시가 17번, 호날두가 11번 이겼다. 이날도 메시가 속한 PSG가 승리했지만 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경기를 마친 뒤 메시와 호날두는 서로 얼굴을 비비며 뜨거운 포옹으로 작별을 고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앙숙이지만 밖에서는 늘 어깨동무를 하는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기부활동을 벌여 온 이들이다. 두 사람의 맞대결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어찌 보면 이 시대의 축구팬들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할 만하다. 시대를 초월한 이들의 우정은 주욱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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