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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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꽁꽁 얼어붙었고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어디가 강이고 땅인지 분간이 안 됐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강 건너 북녘 마을에 유독 우뚝 선 조형물 하나가 멀리 보였다.
망원렌즈로 당겨 온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붉은색 구호가 선명하다. 북한의 마을마다 반드시 한 개씩 있다는 영생탑이다. 분명 김일성·김정일은 죽었는데 태양처럼 영원히 함께 존재한다고 말한다. 사이비 종교도 이 정도는 아니리라.
마을 한가운데에 위용 있게 자리했는데, 놀라운 장면은 영생탑 아래에 있었다. 검은색 점으로만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했더니 다름 아닌 사람들이었다. 너른 들판에 무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영생탑 크기에 눌려 점같이 작게 보였다. 한겨울 꽁꽁 언 땅을 겨우 깨고 수레에 옮겨 담는 건 거름이다. 말이 거름이지 실상은 인분에 볏짚을 섞어 만든 퇴비다. 농사 지을 비료가 부족하니 자력갱생·자급자족이라는 이름으로 거름 전투를 한다.
압록강의 장엄한 물줄기를 얼어붙게 할 정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거름 전투를 위한 동원은 계속된다.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이 영원히 함께 계시면 그것으로 족한가. 꽁꽁 언 강물은 아래에서부터 녹아 새봄이 오면 물줄기를 다시 이어 간다. 북녘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얼음 밑으로 흐르는 작은 물살처럼 북한 주민들의 힘은 그렇게 영생탑을 녹여 낼 것이라 믿는다. 빼앗긴 들에도 반드시 봄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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