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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정동은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오랜만에 국가정보원이 간첩 혐의자를 수사하기 위해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나섰다.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은 간부로 있는 ‘간첩 혐의자’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저항했다. 이틀 뒤엔 민주노총이 하드디스크와 자료집·서류 뭉치 등을 폐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노동단체 간부가 북한과 연계해 공작금을 받고 지령을 수행해 온 건 엄연한 사실이다. 북한은 6·25 남침 전쟁 이후 공산화 통일 전략으로 통일전선을 추진하고 있다. 남한 내 노동·교육·문화·학생단체 등에 침투해 공산화 통일에 기여토록 하는 전략이다.
마침 ‘펜앤드마이크’ 매체가 귀한 자료를 단독으로 공개했다. 경찰이 1995년 반미친북운동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반국가단체에서 입수한 ‘한총련 1만 간부 보안지침 문건’이다. 지금의 노동계 간부들이 대부분 당시 한총련에서 성장한 세대임을 감안하면 보안문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문건을 보면 북한에서 작성한 티가 금세 드러난다. 경찰에서의 구속기간은 10일이며 국가보안법의 경우 1차 연장 가능 ①당당히 행동하고 적(敵)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 ②처음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초조하게 만들고 스스로 ‘수사투쟁’에 임하는 계획을 세울 것 ③동지의 이름을 발설 말고 수사관의 꾐에 넘어가지 말 것 ④소영웅주의 배척하고 멍청하게 보이는 것이 최선 ⑤애국의 정당성을 당당히 주장할 것 등 조항을 보면 기가 차다.
문건은 이어 ⑥자필 메모나 노트를 제거할 것 ⑦문건이나 책은 운동단체·집회장소 등에서 주운 것으로 하는 등 자기 소유가 아님을 명확히 하고 탐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 ⑧학문 및 사상 자유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할 것 ⑨수사관들, 즉 적(敵)들을 절대로 과대평가하여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 것 ⑩혁명적 신념과 동지적 의리를 잃지 말 것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과 국정원 등 수사 당국을 ‘적’으로 표현한 대목이 여러 군데 눈에 띈다. 심지어 ⑪항상 경각심 있게 주위를 살피고 자신의 이동 경로를 바꿀 것 ⑫전화 시 항상 도청·감청 염두하여 둘 것 등은 간첩들의 보안 수칙과 별반 다르지 낳다. 이번에 민주노총이 자료를 파쇄한 것도 이 수칙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도 민주주의체제가 존속해야 보장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안타깝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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