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교사노조’ 등장은 시대의 당연한 순리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교사노조연맹, 조합원 규모서 전교조 앞질러
탈정치 실용노선에 ‘MZ세대’ 교사 대거 가입
“국민·구성원 지지 잃은 조직은 쇠망한다” 입증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3 00:02:02

젊은 교사들이 주축인 교사노조연맹(교사노조)이 출범 5년 만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앞질렀다. 전교조 독주 체제였던 교원노조 현장에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는 낡은 좌파 정치이념과 투쟁에 치우쳐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정치 이념에 빠지는 대신 실용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주체 세력이 등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세상사다.

교육계에서 젊은 교사들이 중심을 이룬 교사노조연맹이 전교조를 추월했다. 고용노동부 노조 현황(2021년 기준)에 따르면, 교사노조(4만5098명)는 전교조(4만3756명)보다 조합원 수가 많다. 올해 1월엔 6만1000명도 넘겼다. 1999년 교원노조 합법화 이래 전교조 독주 체제였던 교원노조 분야에 새로운 주도 세력이 등장한 것이다.

5년 전 출범한 교사노조는 20~40대 젊은 교사들이 이끄는 젊은 조직이다. 전교조와 달리 정치 이념을 갖지 않고 실용적 입장에서 복지와 교권 보호에 관심이 많은 현장 교사들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현장 교사들의 호응을 받는다.

전교조는 그동안 낡은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거부·교원 평가 도입 반대 등 시대착오적 투쟁을 일삼았다. 전교조 조합원이 제일 많이 줄었던 두 시기는 △노무현정부 초기 NEIS 사태 △이명박정부의 교원 평가 도입 반대 투쟁 때였다.

학부모나 국민이 ‘교사들이 평가도 안 받는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입지는 약화됐다. 요즘도 전교조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보면 ‘민주노총 압수수색은 공안 정치 신호탄’ ‘서울시교육감 1심 판결은 진보교육감 죽이기’ 등과 같은 정치적인 구호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낡은 전교조가 실용적인 젊은 교사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교사노조의 성장 비결은“정치 이념보다는 현장의 실질적 현안을 해결하는데 힘써달라”는 젊은 교사들 요구를 적극 수용해 활동한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교사노조는 전교조 전임자 일부가 전교조 집행부의 정치 투쟁 일변도적 행태를 비판하고 개혁을 추구하면서 탄생했다. 그런 교사들이 전교조를 뛰쳐나와 2016년 결성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이며, 2017년 교사노조연맹으로 확대된다.

교사노조는 20~40대 조합원이 96.1%에 달하는 ‘MZ(밀레니얼+Z세대) 노조’다. 3명 중 1명(27.6%)이 20대다. 또 중앙집행부에서 사업을 결정하고 각 지부에 하달하는 전교조와 달리 개별 노조 26곳이 조합비도 각자 걷고 운영 사업도 결정한다. 연맹에는 조합비 일부(1인당 2100원)만 낸다. 현실 정치와 관련 교사노조는 실사구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교사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교단의 교사가 아닌 한 국민으로서 교육현장 밖에서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사노조는 현재 교육정책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놓고 전교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작년 10월 기준 집계한 노조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조합원이 더 많은 노조가 위원 추천권을 갖기로 했는데, 아직 조합원 수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확인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교조의 퇴조와 교사노조의 급성장은 국민과 현장 구성원의 지지를 잃은 조직은 존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기득권을 누리면서도 약자 행세를 하면 전교조와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교사노조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세력이 낡은 기득권을 대체하고 현장의 주류가 되기를 바란다. 시대착오적인 투쟁지상주의 대신 합리적 실용주의가 노동계의 대세가 되어야 사회적 비용이 줄고 미래 세대의 미래가 보장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