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북교육감은 무안(無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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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5 12:29:19

무릇 공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회 다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으므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욱이 그 사람이 한 집단을 대표하거나 버금가는 지위에 있다면,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불거지는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는 그 집단의 정체성으로 비치기도 한다.

특히, 대책 없는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가 생활 학습의 한계에서 기인한다면 잘못을 아는 순간 배우고 고치기를 서둘러야 그를 보는 다중에게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경북 교육의 수장인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경상북도민회를 방문해 예복으로 입은 한복의 차림새가 또 말썽이다. 본지는 지난달 9일 ‘경북교육감은 품격에 걸맞은 모습 보여라’라는 제하의 내용으로 임 교육감의 잘못된 한복 차림새를 책망한 바 있다.

이번 방일은 27일부터 30일까지 경북도 주관 도쿄‧오사카를 방문하는 일본 도민회 신년회 참가 일정으로 도지사·도의회 의장·교육감이 수행원들과 함께 부부 동반했다.

첫날 도지사는 일본 전국지사회장 면담, 의장은 도쿄도 의회, 교육감은 도쿄한국학교를 방문했다. 이튿날에는 도쿄 해외자문위원 조찬 간담회·도쿄 도시재생시설 시찰·도쿄 경상북도민회 신년회·(사)재일한국농식품연합회 양해각서(MOU) 체결·신오쿠보 한인상인연합회 방문·주일대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하고 삼일째는 오사카로 건너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문제는 이튿날 도쿄 경상북도민회 신년회에 참석해 찍은 기념사진을 경북도청 대변인실에서 보도 자료와 함께 언론에 메일링을 하면서 발단했다. 사진 속 임 교육감은 보는 사람을 아연실색케 하는 어이없는 차림새의 복장을 하고 있어 금세 이를 성토하는 사발통문이 돌았다.

사진에는 흰색 두루미기에 흰색 계량 한복 바지를 입고 흰색 목도리를 두른 도지사와 밤색 두루마기에 밤색 계량 한복 바지를 입고 흰색 목도리를 깔끔하게 차린 도의회 의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임 교육감은 갓을 쓴다면 저승사자 복장일 것 같은 검은색 두루마기에 대님을 매는 검은색 한복 바지를 입고 검은색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또, 임 교육감은 검은색 정장 구두를 신은 도지사와 의장을 포함한 사진 속 인사들 가운데 저 홀로 정장 구두가 아닌 골프화 느낌의 운동화를 신었고, 발목에는 한복 바지 밑단을 좁게 돌려 묶는 대님을 제대로 못 맸는지, 아니라면 아예 매지 않은 것인지, 바지 밑단이 운동화 위로 아이스크림 녹듯 흐물흐물 흘러 흐트러져 있었다.

평소 운동화 신기를 즐겨하던 도지사는 이날 경사스러운 자리에 걸맞은 예를 다하려 했는지 정장 구두를 깔끔하게 신었고, 의장과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입은 계량 한복 바지는 밑단을 처음부터 대님을 맨 모양으로 맞춘 것이라 두 사람 모두 무척 정갈하게 보였다.

압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는데, 두루마기 앞에 기다랗게 달아 양쪽 옷자락을 여미어 매는 옷고름을 임 교육감은 제대로 맬 줄 모르는 듯, 여러 차례 매기를 시도하며 생긴 것으로 보이는 마구 옭아맨 매듭이 우스꽝스럽게 여러 개 그대로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두루마기에는 오물이 묻어 생긴 것으로 보이는 검지크기만 한 얼룩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사진에서 임 교육감이 입은 두루마기는 격식에 따라 옷고름을 애초 고정해 맞춘 도지사‧의장의 단아한 두루마기와는 무척 대조적이었는데, 현장에서 이를 모두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도쿄경상북도민회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보였을까?

본지가 “국외에 나가 바보짓을 했다”며 이번 사안의 취재를 시작하자, 교육감을 대변하는 직속부서 소통관실에서는 반론 없이 쿨하던 지난 ‘경북교육감은 품격에 걸맞은 모습 보여라’라는 제하의 보도 취재 때와는 달리 언성을 높여 “그걸 누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더냐? 한복 전문가들이나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냐”며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등 매우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 하지 않던가.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안 순간,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면 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고, 다른 사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예를 다해 귀한 자리에서 한복을 입으려면 격식에 따라 맵시 나게 입는 착용법부터 배우라. 넥타이 매는 법보다 더 간단하고 쉽다. 더는 무론(無論)하고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무안하지 않기를 오매불망 기대해 보련다.

김용호 기자 yhkim2@skyedaily.com / yaho@ugn.kr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