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위기인데 국회는 여전히 민생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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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반도체 수출 -45%… 역대 최대 적자
정부가 지원법안 제출해도 국회 논의 0회
수출 활성화 위해 여야 초당적 협력 절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6 00:02:01

우리나라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가 올들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수출이 격감하는 등 위기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결국 긴급 지원을 위한 세제지원 법안을 추가로 마련했다. 하지만 법안을 논의해야할 국회 상임위원회는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러다간 살아날 기회마저 놓친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126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27%를 불과 한 달 만에 쌓은 셈이다. 반도체 한파로 수출이 흔들리는 데다 에너지 수입 부담도 여전해 당분간 반전의 기회를 찾기 힘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의 1월 수출액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지난해 1월보다 40% 넘게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46.9%)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수출은 462억7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89억6000만 달러로 2.6% 줄었다. 심각한 것은 수출이 지난해 8월(-7.8%) 이후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9% 줄어든 4조3061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4조 원대에 그친 것은 8년여 만이다. SK하이닉스도 2012년 3분기(240억 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비상 조짐을 보임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9일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안(조특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를 높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개점휴업이다. 조특법을 논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조세소위원회는 1월 임시국회 때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14일에야 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법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한 달 지나서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게다가 조특법을 두고 여야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달 내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 무역적자 증가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반도체 한파는 개선될 전망이 안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가격 폭등도 여전하다. “겨울철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반영되면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일부 있다. 반도체 가격도 하반기쯤이면 반등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반도체 시장 회복세만 기대하고 있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상황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면 대응하기 힘들다.

근본적으론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편중에서 탈피해야 한다. 반도체 전반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 경기 회복으로 특수를 누리는 시대가 끝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산업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수출 활성화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올리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것’이란 식의 무책임한 낙관론과 ‘말로만 민생’으론 위기를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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