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후 국내 증시자금 2.5조 감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증권

외인, 양대 시장 1.3조 원 순매도
“물가 잡히면 신용위험도 완화”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3 13:49:53

▲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국내 증시자금은 총 131조8803억 원으로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파산한 10일(134조3556억 원) 대비 2조4753억 원 빠졌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SVB 본점에 예금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국내 증시 자금이 2조5000억 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외국인은 주식으로만 약 1조3000억 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증권업계는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물가가 잡히면 SVB발(發) 신용위험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국내 증시자금은 총 131조8803억 원으로 SVB가 파산한 10일(134조3556억 원) 대비 2조4753억 원(1.84%) 감소했다. 종류별로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48조3254억 원에서 46조2526억 원으로 2조728억 원(4.29%) 빠졌다. 그 밖에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은 4330억 원, 위탁매매 미수금은 456억 원 줄었다.

외국인이 투자자금 이탈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SVB 파산 이후 열흘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300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연초 국내 증시에서 ‘사자 행진’을 보이던 모습과 상반된다. 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6조2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증시자금이 줄어들고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것은 미국 중소은행 파산을 시작으로 금융권 위기감이 확산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각)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근거로 SVB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시장 불안은 SVB 파산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후 미국 내에선 시그니처은행도 무너지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유동성 위기로 UBS에 넘어가면서 금융 불안은 글로벌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실버게이트 청산에서 시작된 은행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미국 지역은행을 거쳐 유럽과 크레디트스위스로 옮겨가는 모양새다”며 “금융시장이 시스템 취약 우려를 자체적으로 해소하려면 불안한 곳이 없는지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신용 위험이 한 번 부각되면 잠잠해지는 데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이달 각국 증시 등락률을 보면 △미국 나스닥지수 4.22%↑ △러시아 RTS 2.94%↑△한국 코스닥지수 1.95%↑△사우디아라비아 Tadawul 1.64%↑등 4개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주가지수가 모두 떨어졌다. 코스피는 이달 1.63% 하락해 다우지수(0.31%↓)보다 낙폭이 컸다. 코스닥도 나스닥 상승폭의 절반에 못 미쳤다.

그밖에 △독일(-0.72%) △프랑스(-1.68%) △중국(상해종합·-1.71%) △일본(닛케이255·-2.07%) △인도(-2.25%) △이탈리아(-2.79%) △캐나다(-2.99%) △브라질(-3.24%) △호주(-4.21%) △영국(-4.78%) △터키(-7.82%) 등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75∼5.00%로 0.25%p 올렸다. 점도표를 통해 연준 위원들이 제시한 평균 수준의 최종금리는 연 5.1%(상한 기준 5.25%)로 이전 수준과 동일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다소 어정쩡한 태도로 신용리스크 우려로 촉발된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SVB발 신용이벤트가 더욱 확산될 리스크가 아직은 크지 않고 국채 금리의 하락이 일단 신용경색 완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3월 FOMC 회의 결과가 시장 기대치에 다소 못 미쳤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실망하겠지만 향후 발표될 물가지표의 추가 둔화 등이 확인된다면 금융시장은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동시에 SVB발 신용리스크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