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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路 동서고금 <10> 나라(國)·네이션·네이션스테이트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4 06:30:30
 
나라 국()’은 안보공동체를 형상화한 글자다. 각각 사람·무기를 상징하는 입 구(口)·창 과()가 나란히 놓인 모습으로 출발해 기원전 2세기경 사각 틀이 더해졌다. 문명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했음을 말해 준다. 전쟁을 통해 나라가 소멸하거나 태어나고 또 정체성을 확립한다. 동서고금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을 겪으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반공 국가로 겨우 자리잡았다. 국가정체성을 둘러싼 극렬한 대립을 그럭저럭 수습한 것이다. 시민혁명의 역사적 체험 없이 태어나 숱한 시행착오을 겪었지만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있었던 그 어떤 나라보다 빛난다. 이 땅에 명멸한 그 어떤 나라의 후신도 아니다.
  
흥망이 있었으나 민족의 역사는 끊기지 않았으며 정부가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탄생보다 상해임시정부의 존재를 중시한다. 영토·국민 유지를 전제로 주권재민’ ‘자유민주공화의 구현을 지향하는 네이션스테이트(nation-state)의 본질을 모르면 이에 동조하기 쉽다.
  
이씨조선이나 (북녘) 김씨조선과 현재의 우리를 엮을 때 임정이나 ‘(단일)민족논리가 동원되곤 한다. 외세에 맞선 저항기 특유의 판타지를 계승한 결과다. 김씨조선의 환상은 더 심하다. 김일성의 항일 행적 외 유의미한 독립운동이 없다고 보기에 임정도 무시된 지 오래다.
 
고도 문명국일수록 다양한 종족문화가 부대끼며 통합성을 이룬다. 한반도 주민 역시 통일신라 이후 사실상 섬나라처럼 살며 혈통적 친연성이 높아졌을 뿐 단일하지 않다. 피부색 등 외모가 비슷해진 기반 위에 20세기 초 네이션의 일본어 번역 민족은 자연스레 단군 이래 혈연공동체로 재해석됐다.
  
유럽이 신구교 갈등과 자본주의 발전 속에 문화언어가치 공동체로 분화하면서 정치공동체 네이션과 그것의 국가 형태인 네이션스테이트 개념을 구체화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규모·국력 안 따지고 모든 나라를 동등한 네이션으로 간주한 통합체가 유나이티드 네이션즈, 즉 유엔이다. 네이션을 민족으로 옮겨 동북아시아에 퍼뜨린 일본에서도 가타카나로 표기한 지 수십 년 됐다. ‘만세일통 천황의 신민을 설명할 때 쓰던 단어들을 계속 쓸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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