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 대출 문턱 높인 KB저축銀… 서민금융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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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1427억 원으로 전년比 63% 감축
가계신용대출 600점 이하엔 공급 중단, 예금 금리도 평균 하회
손익 및 건전성 악화가 배경으로 꼽혀… 연내 대출 확대 불투명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8 10:28:00

▲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KB저축은행의 2분기 중금리대출 규모는 1487억 원으로 전년동기(2059억 원) 대비 572억 원 감소했다. 대출 취급도 지난해 2분기 1만9163건에서 올 2분기 1만4995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 시내 한 KB저축은행 영업점. ⓒ스카이데일리

KB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을 1년 전보다 900억 원 이상 감축한 데 이어 대출 신청 건수도 7000건 줄였다. 가계신용대출도 600점 이하 차주에 대해서는 공급을 중단했다. 이는 부실채권 급증에 따른 건전성 대책으로 풀이된다. 2분기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 상황이 좋지 않아 중저신용자 대출 감축을 지속할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KB저축은행의 올해 2분기 중금리대출 규모는 1487억 원으로 전년동기(2059억 원) 대비 572억 원 감소했다. 대출 취급 건수도 지난해 2분기 1만9163건에서 올 2분기 1만4995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전체 중금리대출 취급 실적이 2조1530억 원(15만6538건)에서 2조8120억 원(21만8046건)으로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중금리대출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에 놓인 중간 정도 신용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말한다. SGI서울보증에서 대출원금을 보증해 주는 정책 보증 성격의 사잇돌2와 금융사 자체 신용으로 신용평점 하위 50%인 차주에게 공급하는 민간중금리로 구성된다.

민간중금리로 따지면 감소 폭은 더 컸다. KB저축은행은 지난해 2분기 1427억 원이었던 민간중금리 취급액을 522억 원으로 크게 감축했다. 취급 건수도 1만1872건에서 4098건으로 절반 이상 깎았다. 반면 대출 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운 정책 보증상품인 사잇돌2에 대해서는 632억 원에서 965억 원으로 대출을 늘렸다. 손실을 보지 않는 쪽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한 셈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가계신용대출에서도 중저신용자의 대출 장벽을 높이 쌓았다. 작년 7월 KB저축은행은 신용평점 600점 이하 차주에게도 가계신용대출을 공급했으나 올 7월엔 601~700점 차주까지만 대출을 내줬다. 금리 인상 격차도 컸다. 이 기간 601점~700점 차주의 금리는 15.28%에서 16.28%로 1%p 올라간 반면 900점 초과 금리는 13.35%에서 13.57%로 0.22%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예·적금 금리엔 인색했다. 7일 기준 KB저축은행의 예금 상품인 ‘정기예금’ 이자율(12개월 만기)은 3.4%로 저축은행 전체 예금 이자율(3.65%)을 0.25%p 밑돌았다. 적금 상품인 ‘KB일반정기적금’ 이자율도 3%에 불과했다. 저축은행 전체 평균(3.51%)보다 0.51%p 낮은 수치다.

KB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감축에 나선 것은 이익 체력이 저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KB저축은행은 2분기 8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후 1분기 11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1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총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인 금융지주 계열사 신한저축은행(55억 원)·하나저축은행(-54억 원) 중 가장 부진했다. 충당금 전입액을 1분기 109억 원에서 2분기 241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린 게 악재로 다가왔다.

문제는 건전성 악화로 대출 감축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말 기준 KB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12.2%로 1년 전(3.89%)보다 4배 가까이 뛰었다. 총자산 상위 저축은행 10곳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10.78%)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강화해 연체율 관리에 더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KB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건설·PF·부동산)의 연체율은 11.3%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지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신용대출 전체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해 대출 잔액이 줄어들었다”면서 “건전성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하반기에 확 달라지긴 어려울 거 같고 건전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면 대출을 늘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