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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좌·우가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의를 일으킨 책 한 권
2009년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현대사상연구회로 ‘반대세의 비밀’이라는 책이다. 현대사상연구회는 우파 사상 분야의 권위자인 양동안 교수와 당시 국정원의 국가정보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이희천 교수가 만든 단체였다. 실제로 책을 쓴 것은 국정원의 이희천 교수였지만 공공연히 드러낼 수 없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관계된 단체를 저자로 내세운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인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일심회’라는 간첩단을 적발했다. 재미동포 사업가 장민호(마이클 장)를 중심으로 이른바 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국가기밀과 민주노동당(민노당) 내부 당직자 정보 등을 누설한 사건이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장민호는 밀입북해 조선로동당에 가입하고 충성서약까지 한 것이 드러났다. ‘일심회’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통일을 이룩하자’는 뜻으로 장민호가 최기영·이정훈 등 86운동권 동료들과의 관계를 정의한 일종의 은어였는데 이 사건은 그래서 ‘일심회 사건’이라 불린다.
이후 이희천 교수가 집필을 시작하기 직전인 2008년 3월, 민주노동당(민노당)에서 노회찬·심상정 등 민중민주파(PD 계열)가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이 당권을 장악하고 일심회 연루자들을 축출하지 않은 것에 반발해 당을 뛰쳐나와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당시 이들은 “종북 세력과는 정치하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이희천 교수는 이 말에 착안해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책에서 처음 제안했다. 당시엔 ‘친북 좌파’라는 표현이 쓰였는데 이를 ‘종북좌파’로 바꾸도록 한 게 바로 이 책이다.
출간 당시 우파의 사상이나 주장을 담은 책은 물론 대부분의 신간 서적이 판매부수 1000부를 넘기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이 책은 1만8000여 권이 팔리는 등 젊은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자 민주당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2013년 민주당은 신경민 의원을 팀장으로 진선미 의원 등 국회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참여연대·좌파 교수들이 대거 참여하여 좌담회를 개최하고 이 책을 분석해 그 내용을 ‘국정원의 비밀, 그들 이론의 실체는?’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 책은 현재 국회도서관에 소장돼 있는데 좌담회 당시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대세인가 반대세인가를 스스로 규정하게 만드는 책이다”고 하며 이 책의 강력한 파급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우려했다.
대한민국의 아찔한 현실
지금 대한민국은 체제 전쟁 중이다. 종북 반대한민국 세력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세력 간에 치열한 사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전황은 종북 세력의 압승이다. 종북 세력이 주요 진지, 즉 노동·교육·언론·문화 등은 물론 입법부까지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법제화를 통해 대한민국은 상당 부분 전복된 상태이며 사실상 적화된 상태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정치권의 실상을 살펴보자. 2000년 4월 총선 당시 좌파 정당은 민노당 하나뿐이었고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2011년에도 좌파 정당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있었는데, 국회의원 수는 민노당 5명·진보신당 1명이었다. 그런데 2020년 총선 때는 좌파 정당의 의석수가 180여 석, 2024년 총선에선 188석으로 늘어났다.
지난 제22대 4.10 총선 당시 부산 지역 등 박빙으로 간신히 우파에서 의석을 지킨 선거구가 많았기 때문에 자칫했으면 종북 좌파 정당의 의석수가 200석을 넘겼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었다면 그들이 헌법을 바꿀 수 있고, 모든 법률을 제멋대로 제정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일시에 붕괴되었을지도 모를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하는데 도대체 어쩌다가 자유민주주의 우파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종북 좌파 세력에 장악당한 상태로 바뀐 것일까. 이는 정부를 비롯해 국민 모두가 좌파 세력의 실체를 잘 모르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희천 교수의 제안
대한민국이 이러한 국가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언한 사람들이 있다. 1988년 양동안 교수가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글에서 이런 식으로 가면 대한민국이 공산화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카이데일리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반대세의 비밀’의 필자인 이희천 교수 또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대한민국이 종북 반대한민국 세력에 의해 장악당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에 출간한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이란 책을 통해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을 버리고 ‘대세·반대세’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한 것입니다.
그렇게 주장한 이유는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은 종북좌파가 만들어 퍼뜨린 것이고, 종북 좌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프레임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과 정치권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프레임에 의해 종북좌파는 진보 세력이라는 탈을 쓰게 되어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좋은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의 머리에 심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자유민주주의 세력에게는 보수 세력이라는 탈을 씌워 결과적으로 ‘진보를 거부하는 퇴보 세력’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의 머릿속에 심어 놓았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 라는 프레임을 사용하면 할수록 선거 때 진보가 승리하고 보수가 패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자유민주 세력은 종북 좌파 세력이 만든 선거공학적 전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심코 그냥 쓰다 보니 현재와 같은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전세를 뒤집어야 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을 기점으로 대다수 국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종북 세력을 추종하는 집단이 되어 그들의 사상을 실천하는 도구로 쓰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종북 세력이 힘을 키우며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의 허울을 벗긴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며 이희천 교수와 스카이데일리는 부분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것이 일거에 전세를 뒤집는 혁명적인 쾌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모두가 속아 온 좌파 중심의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어 정상화시킴으로써 좌파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치 질서를 우파 대한민국 세력 중심으로 그 기반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 될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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