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최고조… 美 국무부 자국민에 “레바논 빨리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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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알자지라’ 사무소 급습
일련의 과정 생중계 후 방송 중단… 국제사회 비난 쇄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2 17:21:34

▲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령 하 서안지구의 라말라에 있는 '알 자지라' 방송 지국이 이스라엘군의 급습 후 폐쇄됐다. 일련의 과정 생중계 후 알자리라 방송은 중단됐다. 근처에 이스라엘군이 진주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미국 정부가 레바논 내 자국민에게 출국을 강력 권고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선택지가 남아 있을 때 레바논을 떠나라. 아직 민간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으나 좌석이 줄어들고 있다”며 조만간 일반적인 방식으론 출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레바논 남부와 시리아 국경, 난민촌 인근 지역의 미국인을 향해 미 국무부의 탈출 권고가 내려졌다. 17~18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의 동시다발 폭발이 발생하자 사건 배후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선제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격해 헤즈볼라의 최정예 특수부대주요 지휘관인 이브라힘 아킬 등을 제거했다. 이에 헤즈볼라도 19일 로켓 14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으나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후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부터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를 포함한 약 290개 표적과 기타 군사 인프라를 공격했으며 몇시간 동안 이미 목표물 약 110개를 연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국경을 넘어 로켓과 드론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감지해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수백 대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등지에 이스라엘의 공습이 111번이나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격을 벌여 한 시간 만에 목표물 180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가 미사일 수십기를 이스라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다고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헤즈볼라의 로켓 90발로 이스라엘 북부 도시 사페드 인근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도시 하이파~레바논 국경 지역에 비상 지침을 내렸다. 이로써 해당 지역 해변은 폐쇄됐으며 실외 모임 30명, 실내 모임 300명 이내로 각각 제한됐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이 이날 조만간 로켓 발사 등 추가 위협 가능성을 들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CNN이 이스라엘의 공격과 삐삐 등 통신장비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82명으로 집계됐다는 레바논 보건부 발표를 전했다. 20일 베이루트 외곽 공습 시 사망자도 39명에 이르며 어린이 3명과 여성 7명이 포함됐다는 소식이다. 또 삐삐 폭발 부상자 약 2950명 가운데 777명이 입원 중이다(152명 중태).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부상자 대다수가 상점과 시장 민간인들이라며 삐삐와 무전기 동시폭발 사태를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22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의 알자지라 방송 지국을 급습했다고 로이터·AP 통신이 보도했다. 45일간 폐쇄명령도 내려졌다. 카타르 왕실 지원 아래 운영되는 중동·아랍권 최대 뉴스네트워크인 알자지라의 서안 지국은 일련의 과정을 생중계한 직후 방송 중단된 상태이며, 이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점령 범죄를 폭로해 온 기자와 언론 활동에 대한 새로운 침해”라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 성명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승리로 서안지구를 차지한 후 유대인을 이주시켜 왔다. 이곳에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주도로 제한적 자치가 이뤄지지만 유대인 주민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5월에도 알자지라를 ‘선동 매체’로 규정한 이스라엘 당국의 결정으로 사무소를 폐쇄한 바 있다. 알자지라의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국가안보에 유해한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알자지라 법’을 4월 제정해 이를 근거로 자국 내 방송 송출을 막았다. 직후 미 AP통신이 방송 장비를 압수 당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심각한 유려를 표명하면서 철회되기는 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