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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인스토리] “김정은 교활…전략 꿰뚫지 못하면 대북정책 실패”
여덟 살에 지도자 낙점… 단순 독재자 아닌 잘 준비된 전략가
北 비핵화 불가능… 한반도 핵 균형 이룰 대응전략 세울 때
군부가 체제유지 ‘기둥’… 김정은 죽어도 당장 정권 안 무너져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01 00:05:00
▲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성장 박사는 “김정은은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라 전략적인 지도자”라며 보수의 붕괴론이나 진보의 대화론 모두 북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의 리더십과 정책을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대북 정책은 반복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임한상 기자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했고 진보 진영에서는 대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김정은은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라 매우 전략적인 지도자입니다. 그의 리더십과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북 정책은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인 정성장 박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북한 연구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김정은 체제의 본질을 분석해 온 그는 최근 신간 ‘우리가 모르는 김정은’을 통해 기존의 대북 인식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고 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북한 분석을 제안하고 있다.
 
정 박사는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제 비핵화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버리고 북핵 억제라는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낭테르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현재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및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로 활동 중이다. 외교부와 통일부·국방부 등에서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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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여전히 북한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정 박사는 김정은의 출생부터 후계자 선정·리더십 스타일·공포 정치·북핵 전략 등 북한의 실상을 면밀히 분석했다.
 
김정은의 출생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기존에는 원산 출생설이 유력했지만 정 박사는 김정은의 이모와 이모부를 직접 만나 확인한 결과 “김정은은 평양 삼석구역 초대소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8세 생일날부터 후계자로 내정되었다. 당시 김정일은 측근들에게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고 선언했다.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정일이 “나를 닮아서”라고 답했다는 증언도 흥미롭다. 이는 김정은이 어려서부터 지도자로서의 길을 철저히 준비해 왔음을 보여준다.
 
김정은의 리더십과 북한 체제 
 
김정일과 김정은의 가장 큰 차이는 인사 스타일에서 드러난다. 정 박사는 이를 “김정일은 영화 감독형 리더십, 김정은은 농구 감독형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일은 한번 신임한 간부를 끝까지 기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성과가 부족하면 즉시 교체하는 스타일입니다. 간부들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이전보다 훨씬 역동적이죠.”
 
또한 김정일은 회의를 싫어했지만 김정은은 회의를 자주 소집해 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김정은이 보다 조직적이고 실용적인 통치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 박사는 김정은의 리더십을 ‘농구 감독형’이라 표현하며 성과에 따라 간부를 즉각 교체하는 실용적이고 조직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정일 시대의 ‘영화 감독형’ 리더십과 달리 북한 체제를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고려할 가능성은 있을까? 이에 대해 정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서 핵과 ICBM 개발은 김정은의 최대 성과로 간주됩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최대 성과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국제사회는 비핵화가 아닌 ‘북핵 억제’ 전략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유일한 현실적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확장 억제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으며 남·북한 간 핵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여러 공식 행사에 등장하면서 후계자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김주애는 현재 ‘후계 수업’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은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 이후 처음 사용됐습니다. 또한 김정은과 동행할 때 의전 순위에서도 김여정보다 앞서는 등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있죠.”
 
김주애가 군사 분야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김주애가 김정은의 핵·미사일 전략을 계승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김정은의 통치 방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 중 하나는 ‘공포 정치’다. 하지만 정 박사는 기존의 평가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더 공포 정치에 의존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실제 숙청된 간부 수를 비교하면 김정일 초기에 숙청된 인원이 2000명 이상인 데 반해 김정은은 140여 명에 불과합니다. 김정은은 공포 정치를 더 잔인하게 하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숙청 규모는 줄어든 것이죠.”
 
숙청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김정일 시대에는 숙청이 비밀리에 이루어졌지만 김정은은 공개 처형을 통해 간부들에게 강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 “자신이 아끼던 사람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함으로써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
 
▲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단언하며 현실적인 해법은 북핵 억제와 한국의 자체 핵무장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국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자주 국방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북한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북한이 당장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군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군부는 체제 유지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설령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한다고 해도 북한 정권이 하루아침에 붕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는 북한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중국이 민주화될 때라고 보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만큼 단기간 내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장 박사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이제는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외부 세력에 의존하기보다는 한국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의 안보 현실을 직격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도울 수는 있지만 자기 나라와 다른 나라를 동일시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이는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이 자주적 외교와 안보 전략을 확립할 때 비로소 한반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정성장 박사의 분석과 제안은 한반도의 복잡한 안보 현실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그의 연구와 제언은 단순한 학문적 논의를 넘어 한국의 미래와 생존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정 박사가 뿌린 씨앗이 언제 어떤 형태로 열매를 맺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처럼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때 비로소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프로필 
 
△프랑스 파리10대학교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 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KBS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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