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 초고층 건물은 안 된다', '‘종묘(宗廟)’ 앞에 초고층 건물 설립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세...'))
‘종묘(宗廟)’ 앞에 초고층 건물 설립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종묘가 어떠한 곳인가.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다. 우리 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고 있어 자긍심을 갖게 한다. 한데 세계유산 종묘 앞에 초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게 서울시가 재개발 계획을 변경하면서,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종로구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 상향을 골자로 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 결정에 따라 세운4구역 건물 높이가 142m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종묘의 무원칙 난개발로 세계유산 훼손을 우려하며 서울시 결정에 반대 여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시민 간 시각차는 현저하다. 국내 법령에는 세계유산 영향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서울시는 영향평가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는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된 사례가 존재한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18~19세기 낭만주의 문화·건축 경관이 조성돼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나, 대규모 현대 4차선 교량이 들어선 뒤 2009년 등재 결정이 취소됐다. 또한 18~19세기 근대 항구시설과 건축물로 세계유산이 된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도 주변 대규모 개발의 여파로 2021년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충족해야 한다. 또한 유산의 진정성 및 완전성이 입증돼야 하고, 보호 관리 계획이 적절해야 한다.
종묘는 한 국가나 민족을 넘어 전 인류에게 공동으로 중요한, 독보적이고 유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단계들을 보여주는 건축 양식 및 기술은 물론 경관의 탁월한 예시를 지녀 세계의 문화유산이다. 이 같은 가치를 지닌 종묘 앞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유산의 진실성과 신뢰성, 그리고 전체적인 구성 요소의 온전성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서의 자격에 하자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서울시와 재정비구역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아파트 공급의 60% 이상을 정비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에서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은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최우선 수단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신속 통합기획으로 구역 지정 및 조합설립 기간을 줄였고, 절차도 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또 해당 구역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대법원도 서울시의회가 2013년 10월 ‘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공사가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지의 여부를 검토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조례를 공포하자 문체부 장관이 상위법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조례 개정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세운4구역을 개발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세계적 유산인 종묘를 보존하면서 개발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하고, 균형 있는 의사결정 과정을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립과 충돌을 국민에게 보여선 안 된다. 충분히 협의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존과 개발’을 하는 상생의 지혜가 요청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