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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금지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한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 국회 청원이 7일 5만 명을 넘기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후환노위) 심사 대상으로 확정되자, 그는 “조용하지만 강한 반대 여론은 시민의 선택권이 특정 이익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두고 “한국 사회 2000만 이용자 규모의 생활 인프라와 심야노동을 둘러싼 건강권이 정면 충돌하는 구조적 쟁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논란의 출발점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10월 22일 국토부 주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제출한 의견서였다. 노조는 심야노동이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가 아니라 초심야 배송만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는 이를 사실상 새벽배송 폐지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배송 시작 이전에 물류 분류·적재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0~5시 제한은 새벽배송 시스템 자체가 작동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새벽배송은 이미 맞벌이 가구, 워킹맘·워킹파파, 신도시 거주층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동탄·송도·김해 등 쇼핑 편의시설이 인접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퇴근 후 분유나 기저귀가 떨어지면 새벽배송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반발 여론도 확산됐다.
택배 현장의 반응은 더욱 분명하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 자체 조사에서 93%의 기사들이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다. 기사들은 주된 이유로 △교통 혼잡이 적어 이동과 배송이 빠르고 △건당 수당이 주간보다 높으며 △낮 시간을 개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비노조 기사들은 “민주노총은 현장의 실제 선호도와 노동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역시 입장이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보다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민주노총의 급진적 제한론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정의당·진보당은 노동자 건강권을 이유로 민주노총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한동훈 전 대표는 △장애아동 부모 △고령층 △맞벌이 가구 △야간근무 종사자 등 실수요층을 거론하며 반대 여론을 적극 조직해 왔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의 공개토론도 주목받았다. 그가 주도한 청원은 이날 기준 5만2100여 명의 동의를 얻으며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노동자 건강권 문제는 실재… “금지는 대안이 아니다”
택배 노동시장에서 건강권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일부 택배 물류센터에서는 과로·사망 사고가 반복되었고, 심야노동이 심혈관·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해법을 ‘시간대 금지’가 아니라 구조적 관리와 제도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는 △물량 상한제 도입 △야간수당 현실화 △인력 충원 및 탄력근로 관리 △물류센터 작업환경 개선 등이 제시된다.
“문제는 새벽배송 자체가 아니라, 새벽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물류·인력 시스템의 과로 구조”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온라인 여론도 양분… 생활권 vs 노동권의 충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생활 경험과 노동 현실이 겹치며 거칠고 솔직한 여론이 분출되고 있다. 금지 반대 측은 “우유·야쿠르트도 오래전부터 새벽에 배달했는데 왜 이제 와 문제 삼느냐”, “새벽배송은 기사들이 오히려 선호한다”, “민주노총이 쿠팡 물량을 견제하려는 의도 아니냐”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쿠팡·컬리와의 경쟁 구도를 의식해 ‘시장 재편’을 시도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반면 금지 찬성 측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시스템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 “심야노동은 심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정부가 과로사를 방치하고 있다” 는 점을 강조하며 새벽배송 자체가 노동자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제3의 의견으로는 ‘구조개편론’이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새벽배송이 아니라 물류센터의 과로 구조다”, “주말·공휴일까지 이어지는 무제한 노동이 더 큰 문제”, “배송 시간대 규제보다 노동강도 관리가 우선” 등의 의견이 그것이다. 즉, 사회적 논의의 핵심은 ‘금지냐 유지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 가능한 노동 구조를 만들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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