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 동안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는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회피한 인원이 9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수사나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병역의무 기피자는 총 3127명으로 집계됐다. 병역기피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형별로는 △현역 입영 기피 1232명(39.4%)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912명(29.2%) △병역판정검사 불응 586명(18.7%)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피 397명(12.7%) 순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증가세는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이다. 병역법은 25세 이상 병역의무자가 해외 체류를 위해 반드시 병무청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어기고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자는 2021년 158명에서 2024년 197명까지 매년 늘었고, 올해는 10월까지 이미 176명이 적발됐다. 이들 912명 중 무려 648명(71.1%)은 ‘단기 여행’을 이유로 출국한 뒤 정해진 기간 내 복귀하지 않은 경우였다. 병무청 관계자는 “재외국민등록을 하지 않으면 소재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처벌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912명 중 △징역 6명 △집행유예 17명 △기소유예 25명을 제외한 780명(85.5%)은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단 상태다.
수사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피의자가 귀국하지 않는 한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권 무효화나 가족 통보 조치가 가능하더라도, 해외에서 소재 파악이나 강제 귀국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 반면 국내에서 발생한 병역기피의 경우 징역·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61.2%로, 국외 기피자와는 극명한 처벌 격차를 보였다.
황희 의원은 “형식상 ‘기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병역면탈에 가까운 고의적 회피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기 여행 명목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재외국민 등록도 하지 않아 현지 주소조차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또한 병역법 위반자의 인적사항 공개, 고발 조치, 여권 발급 제한 등 기존 조치 역시 해외 체류자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도입으로 국내 병역기피에 대한 수사는 강화됐으나, 국외 체류형 병역기피는 제도적 한계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외국민등록법은 해외 90일 이상 체류 시 공관 등록을 의무화하지만, 미등록 시 처벌 규정이 없어 소재 파악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형성됐다.
황 의원은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며 “외교부·법무부와의 공조 강화, 재외국민등록 실효화, 여권제재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