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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삼국사기>에 따르면 부왕의 원수 고구리를 수차례 공격해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등 빛나는 군사적 업적을 거둬, 무려 200개가 넘는 주변의 대·소국들을 평정해 그 강역을 크게 넓힘으로써 부왕 때 거의 망할 뻔 했던 백제를 다시금 중흥시켜 강국으로 만들었다.
또한 무녕왕은 사촌동생임이 확실한 계체(繼體게이타이) 왜왕에게 일종의 신임장인 인물화상경을 하사하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나로서는 칸무(桓武)천황을 낳은 생모가 백제 무녕왕의 자손이라는 <속일본기>의 기록으로 인해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 일왕실의 직계시조인 계체왜왕이 곤지왕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처럼 거짓말 한 것으로 보인다. 50대 칸무일왕이 재위년도는 781년~806년이다.
참고로 <속일본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황태후의 성은 화씨(和氏)이고 이름은 신립(新笠)이다. 황태후의 선조는 백제 무령왕의 아들인 순타 태자다. 황후는 용모가 덕스럽고 정숙해 일찍이 명성을 드러냈다. 고닌(光仁) 천황이 아직 즉위하지 않았을 때 혼인하여 맞아들였다. … 백제의 먼 조상인 도모왕(都慕王)이라는 사람은 하백의 딸이 태양의 정기에 감응해서 태어난 사람인데 황태후는 곧 그 후손이다” 여기서 언급된 고닌 천황이 간무 천황의 아버지이고, 생모가 바로 무녕왕의 후손인 고야신립(高野新笠·다카노노 니가사)이다.
▲ 현 일본왕실의 직계 시조인 계체왜왕은 백제 곤지왕의 아들. 우측은 일본 고대사 최대의 비밀을 쥐고 있는 대왕의 정체를 밝히는 ‘계체천황의 수수께끼’라는 책. [사진=필자제공]
아쉬운 점은 <고구리사초략>에는 전성기 때 군주 명치대제(明治,문자명왕)에 대한 기록이 분실됐는지 없어 백제 동성왕 14년(492)부터 무녕왕 18년(518) 사이의 치적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명치대제를 이어 즉위한 안장제 3년(521)부터 백제에 대해 아래와 같은 기록이 다시 나온다.
“안장 3년(521) 신축 5월, 백제에 큰물이 져서 집들이 떠내려갔고, 가을엔 또 황충이 일어 굶주리게 되자 신라로 들어간 백성들이 천여 호가 됐다. 이 일로 두 나라는 화목하지 않게 됐다”라는 기록과 “5년(523) 계묘 2월, 사마가 한성으로 가서 좌평 국우와 달솔 사오 등에게 명해 한수 이북의 주와 군에 사는 15살 이상의 백성을 징발해 쌍(雙峴)성을 쌓았다”는 기록은 <삼국사기>의 내용과 거의 같다.
“안장 4년(522) 임인 9월, 고구리가 용산에서 동명대제를 올렸다. 이때 안장제는 사마(무녕왕)가 호산원(狐山原)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온조의 대업이 타락했음이다. 어찌 큰 제사를 올리는 날에 사냥이란 말이냐! 사마의 무도함이 이러하니, 어찌 제 명에 죽기나 하겠는가!’라고 말했다.”라는 기록은 <삼국사기>에 왕이 호산원에서 사냥했다고 간단하게 언급돼 있을 뿐이다. 아마 무녕왕이 무도해 천벌을 받을 거라는 예언적 질타였던 것이다.
이어 무녕왕은 바쳐진 사오(沙烏)의 처 백(苩)씨를 맞아들여 처로 삼고는 3월에 한성으로 환도했고, 두 달 뒤 무녕왕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무녕왕의 사인(死因)이 상세하게 설명돼있다. 또한 분명 대륙을 지배했던 백제 무녕왕의 무덤이 느닷없이 한반도 서남에 있는 충남 공주에서 발견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조성 1442년 만인 1971년 무녕왕릉 발굴 당시 무덤입구 벽돌 제거작업. [사진=필자제공]
백제 무녕왕릉의 발견
1971년 7월 5일은 한국 고고학계와 역사학계를 뒤흔드는 엄청난 발굴이 있었던 날이다. 송산리 5~6호 고분의 배수로 공사 중 도굴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처녀분 상태의 벽돌무덤(塼築墳) 1기가 발견됐다. 7월 7일 벽돌과 백회로 빈틈없이 밀봉된 아치형 입구를 찾았으나 호우가 내리는 바람에 자정까지 배수로만 팠다. 7월 8일 날이 밝자 발굴을 다시 시작해 오후 3시경에는 입구를 막는 벽돌의 바닥까지 보였다.
위령제를 지낸 후 4시경에 입구를 막고 있던 벽돌 하나를 들어내자 무덤에서 하얀 연기가 나왔다. 계속해서 벽돌을 들어내자 널길의 중앙에서 돌짐승(石獸)을 발견했고, 무덤의 입구를 열자 붕어한 무령왕과 왕비를 대묘에 안장했다는 내용이 해서체로 새겨진 지석 2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무려 1442년 만에 백제 무령왕과 왕비의 실존이 밝혀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혼란 속에서 밤을 세워가며 유물을 수습해 사실 무령왕릉 발굴은 수치스럽게도 ’사상 최악의 졸속 발굴’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당시 발굴현장에 취재진과 구경꾼이 몰려들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되자, 다급해진 발굴단은 철야 작업을 강행해 큰 유물만 대충 수습하고 나머지는 바닥에 엉킨 풀 뿌리째 자루에 쓸어 담아가지고 나왔다고 한다. 왕릉 발굴이 17시간 만에 끝나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고(故) 김원룡 당시 발굴단장은 “나의 실수였고 고고학자로서 평생의 아쉬움 중 하나다. 나라와 국민에게 큰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한 바 있다.
▲ 무녕왕릉 발굴 당시를 재현한 모습에는 사람 침입의 흔적이 많다. [사진=필자제공]
발굴팀은 무령왕릉이 한 번도 도굴된 적이 없는 처녀분이라고 발표했지만 무덤 안에는 미리 사람이 침입했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특히 신발이 옮겨져 있었는데 귀신이 부활해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 그런지 항간에서는 미리 누군가가 몰래 들어가 지석을 갖다 넣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왕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 실체가 한반도에서 발견된 이 무녕왕릉으로 인해 충남 공주는 백제 도읍인 웅진(熊津)으로 확실히 굳혀지게 됐으며, 아울러 백제가 한반도 서남부 충청·전라지역에 있었다는 식민사학계의 반도사관이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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