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듯 준비하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덕용의 바른 보험

상품이 나와 맞는지 권유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되지 않는지 판단해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8-10-29 19:41:30

특별한 수입이 없다. 내일 모레면 어느덧 나이 70세를 바라본다.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부부가 머물 조그마한 집이 있고 자식은 출가 시켰다. 그런데 보험료는 월 100만원 가까이 지출된다. 이 상황은 실제 필자의 고객이 시부모님의 상황을 말씀해주시며 도움을 요청했던 상담사례이다.

사연은 이렇다. 노부부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을 가입했고 돈을 불려 주겠다는 말에 한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에 큰 금액으로 보험을 몇 개 가입했다. 그 중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월 납입보험료 70만원대의 보험상품으로 납입기간은 짧지도 않다.

앞으로 10년 가까이 이 금액을 납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이것저것 여쭙다 보니 이 상품 가입 전 2000만원 남짓 되는 금액으로 종신보험 일시납 상품을 가입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지환급금의 90%를 찾아 쓰게끔 유도하고 남은 돈이 얼마 없으니 해지하고 새롭게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서 현재 보험을 가입했다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정말 화가 나지 않을까. 재산이 많고 월세라도 받을 수 있는 건물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전혀 이 금액을 납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인데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 고객은 보험사측과 담당설계사, 담당 지점의 지점장 모두 총동원시켜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갔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어이없었다. 가입 당시는 수입이 있었고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필자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어 같이 따져 들었다. 수입이 있었다고 해도 당시 많은 수입이 아닌데 이런 큰 금액의 보험을 선뜻 가입시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무엇인지, 과연 보험료는 적절하다고 판단은 하는지 물었다.

그런데 답변은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연세 있으신 분들이 이렇게 가입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들은 이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설명했고 동의를 하신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답변이 가장 화가 났다. “본인이 보험을 20년 해봐서 아는데…” 라며 얘기하는 것이었다. 마치 훈장인 것처럼 말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정말 양심이 없다는 말 외에는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객은 돈을 불려준다는 말을 믿었을 뿐이다. 물론 철석같이 믿은 고객의 잘못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노부부에게 이 정도의 보험료 정도는 가입해줘야 나중에 좋다고 얘기만 한 보험설계사는 아무 잘못이 없을까. 심지어 종신보험을 가입시켰다.

왜 연금 상품이 아닌 종신보험이란 말인가. 본인의 수당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적절한 보험료에 대한 기준은 한 번이라도 생각은 해봤는지 정말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만 한다. 관할 지점의 지점장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본인이 피해보기 싫어서 회피하는 것은 아닐까.

보험상품은 모두 좋다. 다만 그 목적에 부합이 되었을 때 좋다고 그 동안 강조 또 강조해왔다. 그런데 그 목적은 뒤로 한 채 적당한 보험료의 기준조차 없이 상품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사례는 비단 이 사례뿐만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월수입 260만원에 보험료를 월 90만원 납입하는 새댁부터 장사를 하는 터라 한 달 수입이 일정치 않고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는데 가게 화재보험만 30만원에 가족들 보험료까지 합해서 150만 원 정도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장님까지 정말로 많이 봐왔다. 많은 보험료가 무조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과 지식을 가지고 보험설계, 재무 설계를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절한 보험료의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이론적으로 한 달 수입의 10~20%면 적당하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마저도 과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실제 많다. 워낙 지출이 되는 항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담만 하면 보험을 줄이고 싶다고 하신다.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얘기하시는 분은 거의 없다. 상품만 보고 가입하다 보니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보험도 그렇다. 어떻게 저렴하고 보장 좋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말하면 저렴하고 보장 좋은 보험은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할지는 몰라도 보장이 좋으면 보험료는 올라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말한다. 보험은 한 계단씩 계단 올라가 듯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그래야 아까운 돈 버리지 않는 것이다. 부족하면 채우면 되지만 과하면 버려야 한다.

보험설계사가 상품 좋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상품이 나와 맞는지 권유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되지 않는지는 한 번쯤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양심 있고 실력 있는 보험설계사를 만난다면 적절한 선에서 권유와 만류를 해주겠지만 아직 이 부분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솔직히 말하고 싶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