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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기를 속히 하는 자는 어리석은 일을 행하고 악한 계교를 꾀하는 자는 미움을 받느니라.”<잠언 14 : 17>
엊그제 손혜원 의원의 목포 기자 회견장에서 모 경제지 기자가 질문을 한다고 해서 기대를 걸었는데 엉뚱하게도 “하시는 사업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뜬금 말을 했다. 문 정권의 실세를 자처하는 손 의원에게 잘 보여 보좌관이라도 되고 싶은 모양이다.
문득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 회견장이 떠올랐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기자들의 직업의식이 결여되고, 자세도 많이 변하고 흐트러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 말했듯 언론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진정한 언론은 사회적 사건과 현상 속에 담긴 팩트(fact-사실)와 가치를 따지고 포용과 배척, 수정과 변형을 거쳐 대중이 실체를 판단하도록 틀(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은 제각기 이념과 지향점에 따라 나름대로 다양한 프레임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미디어의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말해 프레임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저임금을 팍팍 올려 국민의 소득·소비 증가와 일자리 창출로 선 순환시키려는 진정성을 일부에서 ‘실패 과장 프레임’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생 때를 쓰는 모양세로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번 기자회견에서도 그렇다. 질문을 하는 기자나 질문을 받는 대통령이나 진정성이 없고 아부성 질문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이다.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란 특정 질문이 논란꺼리가 되기도 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회견 방식과 청와대 출입기자의 직업정신이다. 기자회견장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기자다. 진검승부의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기자들은 기자의 본분을 잃고 아부성 인사만 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바로 답변 중에 혹은 답이 끝나자마자 추가 질문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질문 권을 얻은 22명 중 2명만이 추가 질문을 했지만 그마저 ‘진짜’ 추가 질문은 아니었다. 추가 질문이란 허락을 받고 하는 게 아니다. 기자라면 직업정신에서라도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단답형으로 묻고 또 물었어야 한다. 딱 보기에도 기자가 납득을 못 한 것 같은데 이를 보는 국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기자근성과 비판의식의 결여도 그대로 느껴진다.
꼭 외국 기자처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와 NBC 기자의 공방을 보면 무려 25차례의 열띤 문답이 오고 갔다. 적어도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 이런 치열한 공방전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들도 행간에서 알게 되고, 자신 없는 기자는 아예 손도 안 들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가물에 콩 나듯 하는 회견에서 아무나 지목하다 보면 질문 내용도 산만해지고 지엽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정말 웃기는 것은 청와대 기자들이 대통령 입장 시 모두 일어나 청와대 지시대로 박수를 쳤다는 점이다. 이게 권위주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트럼프도, 아베도 회견이건 타운 홀 미팅이건 서서 한다. 이유는 소통의 상대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처럼 독주하며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해 말까지 54조원이 일자리 만들기에 투입된 바 있다. 결과는 최악의 ‘고용참사’와 ‘빈부격차’다. 54조원이라면 집권 2년 동안 매주 약 7000억원씩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쏟아 부었다는 것인데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서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달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 위협 받는 상황을 언론이 비판적 프레임에 담는 게 비정상이란 말인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누가 뭐라 해도 가던 길 그대로 가겠다는 자신감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를 보면 문 정권에 오류란 단어는 아예 없다. ‘정부 정책을 부당하게 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을 ‘가짜 뉴스’라고 못 박았다. 무오류의 덫에 단단히 걸려있다. 이는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건 보도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김태우는 ‘희대의 농간을 부린 비위 행위자’로, 신재민은 ‘자기가 경험한 좁은 세계 속의 일을 문제 삼는 나쁜 청년’으로 간단히 정리를 해버려 사법권에서의 영향을 우려하게 돼다.
그들의 폭로와 의혹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그나마 한 줌밖에 남지 않은 비판적 언론에 대해 자신들의 오류를 절대 인정 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져 온다. 요즘 들어 각 부처에 경제 실패 프레임과 가짜 뉴스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소통·홍보’ 전담창구를 마련해 성과를 홍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 발 프레임’과 ‘진짜뉴스’만 받아쓰도록 하겠다는 의도라면 두렵기까지 하다.
출입처 기자들을 게으른 기자로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문 정권은 적폐청산은 물론 촛불정신·정의·공정·소명 등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추상적 단어를 끊임없이 주입해 국민들을 세뇌 시켜왔다. 속세의 고통은 ‘전환기의 진통’이니 인내하라고 강조한다. 여전히 실책에 대해 검토 할 의사는 전혀 없다. 문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명백한 가짜뉴스를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말을 했다.‘가장 심한 나라’는 명백히 거짓이다.
이념에만 집착하는 참모들이 부추겼을 수도 있고 원고대로 읽었을 수도 있다. 십분 이해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언론이 이 말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한마디 해명도 없다. 쓰나미 사망자 1368명을 후쿠시마 원전 사망자로 잘못 말하고, 재난 영화에 감동 받아 탈 원전을 결심하는 등 사실과 숫자를 꼼꼼히 따지지 않는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이 한몫했을 수도 있다.
고의가 있든, 실수가 되었든 대통령의 잘못된 진단과 현실인식은 재앙적 결과로 이뤄질 수 있다. 자꾸 이렇게 현실과 맞지 않는 가짜 뉴스를 남발하면 결국 대통령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사회나 시대든지 진의를 몰라주는 반항적 프레임과 가짜 뉴스가 정부를 괴롭힌다. 설렁 의도된 가짜 뉴스라고 치자. 온전한 정부를 자처한다면 저항의 여론을 이해하고 겸허하게 받아드리며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게 맞다.
절대적 무오류의 환상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획일적 틀과 무균을 강요받는 사회는 위험하다. 지난해 말 이낙연 총리가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도, 유포하는 사람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도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가짜 뉴스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누가 처벌대상인가. 가짜 뉴스를 원고대로 읽은 대통령인가, 아님 그걸 써준 참모나 연설문 담당자인가. 아니면 대통령 말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인인가.
그간 우리나라에선 광우병·천안함·세월호 등과 관련해 수많은 가짜 뉴스가 나라를 뒤흔들어 놓았었다. 언론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라가 어지럽고 언로(言路)가 차단되면 이렇게 가짜뉴스가 남발 할 수밖에 없다. 기자로써의 직업정신에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대해진 권력의 청와대가 감사원·국정원·기무사· 검찰·경찰·국세청 등을 통해 전방위적인 적폐청산을 주도하며 길들이기에 나섰고, 우려한대로 전직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내고 급기야는 전직 대법원장도 사법농단의 피고인으로 구속 시켰다. 기업인들조차 언제 자기차례가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정권은 도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집권해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성공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언론이다. 국민들이 바로 알아야 할 권리를 언론들이 무참히도 짓밟아 놓았다. 오히려 외신보도를 통해 국내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되는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언론이 정도(正導)를 걷고, 정치화 되어서는 안 된다. 민생은 파탄에 이르고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한데 문 정권은 언제까지 가짜뉴스를 남발하며 국민을 선동하고 ‘적폐’를 울겨 먹을 것인가. 그 어느 때보다 ‘기자정신’이 아쉬운 때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다.”<시편 37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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