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나이는 못 속인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꼰대들이 느끼는 기생충과 요즘 세대들의 느낌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예전, 아마도 50년 전 쯤, 봄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의 말씀이다.
“자! 1분단에서부터 일어나 앞으로 나온다. 차례대로 선생님이 나누어 주는 이 약을 입에 넣고 물을 충분히 마셔라 알겠지?”
그 당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회충약을 강제로 먹였었다. 당시만 해도 배추나 야채밭에 모든 비료를 인분(人糞)으로 거름을 주었으며 국민 99%가 기생충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생충 보유국가가 이 나라였다.
기생충 약을 먹은 다음날은 모든 가정에서 난리블루스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날 회충약을 먹은 학생들의 배속에서 요동치는 기생충들의 몸부림으로 인하여 배가 아파 울고불고 난리였다. 화장실에서 회충이나 요충 12지장충 등 기생충들이 항문에서 꼬불거리면서 집단 탈출을 하는 순간이었다.
“엄마! 무서워!”
“엄마 안 나오더니 이렇게 붙어서 줄줄이 나와 엉엉엉”
그렇다 당시 회충약을 강제로 먹인 다음, 학교에서는 그 회충의 숫자를 정확하게 세어서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집집마다 변을 보면서 그 회충들을 막대기로 휘저어가며 기생충들을 하나씩 세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9월 14일생으로 만 49세 대구 태생이다. 그도 아마 초등학교 시절에 기생충 약을 먹은 세대일지도 모른다. 필자와는 많은 나이 차가 있지만 50~6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 무섭고 더럽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기생충에 관한 추억이 새록새록 날 것이다.
대한민국은 당시만 해도 가난하고 육식을 하지 못하여 채식위주의 반찬이어서 가히 세계 최고의 기생충 보유국가였다. 오죽하면 김포공항에 외국인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김포가도 야채밭에 뿌려 놓은 인분(똥)냄새가 반겨준다고 했을까?
옛날 얘기는 이만하고 이번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이야기 해 보자.
부자와 가난한 자는 세상 어디에도 공존하는 살아 있는 영화 모티브다. 한국 영화에서도 가끔 이런 소재를 잡은 영화가 있었다. 손창섭이 쓴 소설 “잉여인간” “따라지의 비극” “따라지의 향연” “따라지의 비열한 거리” 그리고 외국영화로는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 “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빈부의 격차 영화는 이란의 영화다.
《천국의 아이들》은 이란의 영화다. 1997년에 만들어졌으며 1999년에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몬트리올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란의 가난한 가정에 살고 있는 알리는 그의 동생, 자라의 구두를 수선하러 갔다가 구두를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새 구두를 살 돈도 없어 도저히 부모님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자라한테 이 사정을 말하고 자신의 운동화를 오전반인 자라가 수업을 마치고 오면 오후반인 알리가 신고 가는 방식으로 운동화를 같이 쓰게 된다. 참으로 리얼하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
황금종려상이라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을 개봉하는 첫날 첫 프로 오전 7시50분에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갔다.
극장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거의 반을 차지하는 관객들이 들어차 있었다. 영화에서 시작되는 반지하방, 서울에서 가난한 자들의 홈, 옥탑방과 반 지하로 대비되는 없는 자들의 가족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가족 모두가 백수, 어렵게 피자 포장 박스를 접는 일을 시작하다 우연히 기우가 부잣집 고액과외를 하게 되는 상황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치밀한 각본대로 기태네(송강호네 식구) 백수가족들이 모두 부잣집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
찢어지게 가난한 반 지하 방에서 최고급 부유한 집으로 모조리 가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이질감과 행복감 속에는 그 집에 들어가기 위한 거짓말이 드러날까봐 조마조마 하고 거기에 느닷없이 황당한 사건이 생겨 나중에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참으로 놀라운 영화이다.
정말로 잘 짜여 진 블랙코미디 영화이긴 하지만 여기에 어떤 정치적 계산, 이를테면 빈부의 격차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적 이론으로 엮어가려는 저의가 있는 그런 전개가 아니어서 좋다.
“이집 주인은 부자이면서도 정말 착하고 순하다 그치?”
“그래 그냥 약아빠지고 독한 주인은 절대 아냐!”
하면서 무산계급의 원망을 담지는 않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전에 정치적으로 정의당에서 활동을 했고 종전에 히트를 친 영화 괴물에서 미군이 버린 독극물이 한강의 괴물을 만들어 내어 한국인 가족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등식이 있어 좌익 사상의 감독이란 오명을 낳지는 않을까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그러나 기생충은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다. 기생충이 안 나오는 기생충 영화, 그 기생충이 바로 반 지하 방에서 살던 불쌍하고 초라한 우리시대 인간상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영화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표현하고 대변하며 그려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사상이나 이념을 복수로 깔았다 생각이 안 든다.
2시간 10분의 상영시간 중, 전반부 40분의 경우 매우 잘 정리 된 시나리오이며 매력을 잡아끄는 화면과 내용이다. 그러나 봉준호 식 잡기가 들어가기 시작하여 보조 사건을 나열하는데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30분에 결론을 이끌어 갈 대목에서 영화의 자극을 더해가는 진하고 예상 외의 놀라운 맛을 보여 준다.
기업의 대표 배우 이선균 분, 부자들의 잔디밭 생일 축제가 있는 날이다. 최고급 요리와 이탈리아 오페라 갈라 쇼, 우아한 성악이 불리어지고 귀족들의 고급 요리 만찬, 거기에 대비되는 어쩔 수 없이 지하실에 갇혀 사는 초라한 인생을 포기하며 사는 자의 공포는 음산한 분위기에서 슬프고 찌질 하다. 역시 영화는 영화다 라는 맛을 잔뜩 늘어놓아 스펙타클하게 이끌어 가다 영화의 종착역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는 기우의 내레이션으로 조용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끝맺는다.
영화의 결론은 주인공 기우가 나중에 부자가 되어 엉겁결에 부득이 살인을 저지른 불쌍한 아버지를 구출해야겠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본 관객의 불쌍한 소원이자 훗날 누구나 부자가 되리라는 것에 속는 줄 알면서 살아가는 이 시대 서민의 희망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기생충이다.
누구에게 빌붙어 사는, 그러나 자기가 숙주인체 하지만 부자는 가난한 자들을 일 시켜 돈을 벌어 생을 살아가고 가난한 자는 부자들의 사업 수단에 기대어 회사에 빌붙어 살고, 자식은 부모에게 기생하며 살고 부모는 어린 자녀들에게 희망을 걸며 기대어 빌붙어 기생충처럼 오늘도 산다.
그러나 기생충은 언제나 기생의 대상인 숙주가 망하거나 죽으면 어쩔 수 없이 같이 죽고 만다. 독립하여 자기 스스로 살아가려는 용기와 의지로 어떡하든 죽기 살기로 기생(寄生)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기생충, 아주 놀랍고 무섭거나 위대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소위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 까지 써서 만든 영화라서 기태네 식구가 이선균 부자 집을 아주기발하게 속이듯, 관객도 교묘히 속이고 재미나게 장난친다. 그저 소소한 우리 일상에서 누구나 흔히 일어 날 것 같은 그런 예감을 끌어내어 아주 견고하고도 매력적으로 스토리를 엮어 만든 우수작이다. 한국의 위상이 높여지는 영화요 한국 영화 100년의 기념비적 작품이 틀림없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아버지는 계획이 어때요?” 라는 질문을 던진 아들에게 아버지 송강호의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는 계획이 없어! 어느 날 이처럼 수재민이 되어 학교 강당에 누워 잠 잘자라, 하며 계획 세운 사람들이 있을까?” 라는 대답을 하며 수재민이 되어 학교 강당에서 눈을 감으며 잠들고 있는 부자의 모습에서 우리 서민의 하루하루가 슬프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기생충, 우리시대의 가장 대단한 영화가 틀림없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싶은 분에게 꼭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언제나 해외영화제나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매우 치밀하고 꼼꼼히 관찰하는 관객의 수준도 점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기생충을 만들어 기생(寄生)하는 봉준호와 그 일당 영화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칸느에서 8분 동안 박수를 받았다는 영화인데 나도 8분하고 2분을 더 보태 십분 동안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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