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8일 절기상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13년 만에 가장 추운 입동이란다. 춘천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서울은 1도를 기록했다. 북서쪽에서 남하하는 찬공기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전날 밤 사이 복사냉각으로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충청내륙과 경상내륙 일부 지역에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한파주의보가 발효됐을 정도다.
날씨가 추워지면 신체에도 큰 변화가 뒤따른다. 항온동물인 인간은 체온이 37℃ 전후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만약 이보다 낮아지면 생존 본능에 따라 몸이 반응한다. 가장 먼저 몸속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혈액이 신체 안쪽으로 공급된다. 장기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호 1순위’다.
몸의 중심부에 위치한 장기들을 따뜻하게 할 목적으로 혈액은 사지에서 장기로 이동한다. 날이 차지면 손발이 시려 운 이유다. 물론 추운 날씨 때문에 말초혈관이 수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리를 통해서도 체온이 많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머리, 손, 발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이유 역시 혈액이 장기로 이동하기 쉽게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근육도 수축한다. 근육은 자기가 언제 찬 환경에 노출될지 몰라 이를 대비하기 위해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때문에 몸이 상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겨울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을 덥혀야 할 이유다.
심박수도 떨어진다.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신체 각 부위로 혈액 보내는 일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피부, 팔, 다리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이 필요하다. 심박수 증가는 혈압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운동에 주의가 요한다.
기도가 수축한다. 찬 공기가 기도를 통과하면 따뜻한 열기와 습기를 빼앗기게 된다. 이로 인해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또 목도리 같은 것으로 목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것도 좋다.
콧물은 찬바람의 ‘친구’이지 싶다. 그것도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겨울철에 콧물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폐안으로 들어가는 찬 공기를 따뜻하고 습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곳이 코다. 공기가 차갑고 건조할수록 코는 평소보다 ‘열일’을 한다. 그 과잉의 소산이 콧물이다.
차고 건조한 공기 탓에 기도가 좁아지고 근육이 수축할 때는 몸이 자연스레 따뜻한 국물 음식을 원한다. 우리나라 국물 음식은 국, 탕, 찌개, 전골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국은 탕과 같은 의미이며 찌개는 주방에서 완성돼 나온 요리인 반면 전골은 육수를 부어 가며 직접 익혀 먹는 것을 말한다.
서울식 추어탕 대표주자 87년 전통 <용금옥>
입동 음식의 대표적인 것이 추어탕이다. 가을에 먹으면 좋다고 해서 추어라고 할 정도다. 거의 끝물이라 영양분이 한껏 올라 있을 때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여내는 서울식, 한번 푹 삶아 뼈까지 갈아 끓여내는 남원식, 전골처럼 끓여먹는 원주식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3대 추어탕이라고 하면 형제추어탕, 용금옥, 곰보추탕을 손꼽았다.
종로구 평창동 소재 <형제추어탕>은 1926년 문을 열어 3대째 운영해 온 대표적인 서울식 추어탕 전문점이다. 그러나 2017년 8월 폐업해 더 이상 그 맛을 보기는 힘들다. 서울에는 이곳 말고도 <형제추탕>이란 상호를 가진 유명한 추어탕 집이 따로 있다.
중구 다동에 있는 <용금옥>은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추어탕 대표선수다. 서울의 웬만한 미식가라면 다 아는 서울식 추어탕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식당이다. 1932년 현 운영주의 조부인 창업주 신석숭이 중구 무교동에서 식당을 개업해서 오늘에 이른다. 무교동 시대에는 <무교탕반>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 향토음식점으로 소문났다.
<용금옥>은 전북 부안산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고 조리한다. 소 내장과 양지머리로 뽑은 육수에 유부, 두부, 버섯, 호박, 대파, 양파 등을 넣고 끓여낸다. 여기에 면과 밥을 말아 먹는데, 육개장처럼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용금옥>은 원래 무교동 코오롱 본사 인근 가정집에서 개업했다. 1971년 재개발로 현 위치로 이전해 창업주의 아들 부부가 운영하다 지금은 3대인 손자 부부가 식당을 운영한다. <용금옥> 단골들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폭넓고 다양하다. 용금옥은 정지용, 변영호, 박종화, 선우휘 등을 비롯 문화예술인들과 언론인들이 즐겨 찾았다.
<용금옥>은 장장 87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안암동 <곰보추탕>이 얼마 전 아쉽게 문을 닫았고, 평창동 <형제추탕>도 폐업을 한 판국이라 <용금옥>의 존재가 더 없이 귀하다. 서촌 통인동에 가면 또 하나의 <용금옥>을 만날 수 있다. 막내며느리가 분가한 <용금옥>이다.
짧은 업력에도 맛만은 뒤지지 않는 <황강골남원추어탕>
업력은 짧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추어탕 집이 불광역 근처에 있다. 불광역 인근 골목 속에 박혀 있는 <횡강골남원추어탕>은 갓 지은 돌솥밥을 추어탕에 말아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돌솥 누룽지로 만든 숭늉은 입안에 남아있던 미꾸라지의 비릿함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이 집은 제공되는 양념이 다양하다. 마늘과 부추, 들깨가루, 초피 등이 제공되는데 입맛대로 넣어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다. 추어탕 업력은 7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외식업은 오래전부터 했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탕과 밑반찬 맛이 가볍지 않다. 시내에 <용금옥>이 있다면 <형제추어탕>이 사라진 북한산 자락엔 <횡강골남원추어탕>이 있다.
내년 춘분까지만 꼬막요리 선보이는 <남원원추어탕>
남영동 뒷골목에는 <남원원추어탕>이 있다. 이름은 남원을 표방하지만 서울식과 남원식 두 가지 추어탕을 모두 선보인다. 이 집 추어탕 재료는 시골에서 집안 어른들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사용한다. 된장, 우거지, 쌀, 고추가루 등 거의 모든 식재료를 시골서 공수한다고 한다.
이 집은 애피타이저로 국산 검은깨를 갈아 만든 고소한 흑임자죽을 제공한다. 후식은 매실의 고장 광양산 매실차로 미꾸라지 비린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주인 모토가 “정말 맛있습니다. 정말 정직합니다. 정말 서비스 좋습니다”다.
찬바람 불면 이 집이 더 생각는 것은 추어탕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꼬막요리 때문이다. 11월부터 3월 춘분까지 한정판인 꼬막무침은 식객의 혀와 눈을 홀린다. 일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꼬막 철이 왔기에 한번 더 언급한다.
당시 꼬막무침이 나온 걸 보고 필자는 ‘테이블 중앙에 꼬막무침이 꽃처럼 폈다’고 표현했다. 음식 담음새가 정결하고 질 좋은 참기름 냄새가 후각을 몹시 자극했다. 딱 알맞게 삶아 낸 꼬막 위에 파, 마늘, 양파, 홍고추, 청고추 등을 잘게 썰어 간장베이스의 고소하고 달달한 양념장을 끼얹어 나오는 데, 맛이 일품이다. 꼬막무침에 소주나 막걸 한잔 곁들이고 이 집의 주력인 추어탕으로 마무리 하면 오는 겨울이 그다지 걱정 없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5
감동이에요1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