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왕 서백창과 낚시꾼 강태공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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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동해인·동이지사로 기록된 주나라 창업 일등공신 강태공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1-26 16:07:13

이(夷)족에게 쫓겨 빈(邠) 땅인 기산(岐山)으로 옮겨간 고공단부(古公亶父)에게 뛰어난 손자가 있었으니 성은 희(姬) 이름은 창(昌)이다. 서백(西伯)이라는 제후에 봉해졌기에 일명 서백창이라고도 한다. 훗날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운 아들 무왕(武王)에 의해 문왕(文王)으로 추승됐다.

서백은 기산에 있으면서 견융(犬戎)과 밀수(密須)국을 토벌하고 다시 기(耆)국을 쳤고 계속해 우(邘)국과 숭(崇)국을 토벌한 후 풍읍(豐邑)을 건설해 도읍을 옮겼다고 한다. ‘사기 집해’에 “풍은 경조(서안) 호현 동쪽이고 영대가 있다(丰在京兆鄠县东有灵臺)” 즉 풍읍은 섬서성 서안시 서남쪽이다.

서백은 노인과 어린아이를 중히 여겼고 현자(賢者)들을 정중히 대접하는 등 어진 정치를 펼쳤다. 그러다보니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었으며 이웃 제후들 간에 분쟁이 생기면 서백에게 그 판정을 구하곤 했다. 당사자들이 서백의 땅에 들어가서는 그곳 백성들이 서로 논두렁을 양보하는 것을 보고 창피함을 느껴 화해하고 돌아가면서 “서백이야말로 천명을 받은 천하의 왕이다”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이렇듯 명성이 높아지자 제후들 가운데 이를 시기·질투하는 자가 있어 모함을 당해 유폐되기도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변의 다른 제후들이 은 주왕에게 많은 선물을 바쳐 서백을 풀려나게 하니 서백은 낙양 서쪽 땅을 바치면서 가혹한 포락형벌(炮烙之刑)의 폐지를 건의해 승인을 받아냈다.

▲ 미끈거리는 봉에서 떨어진 사람을 태워 죽이는 포락지형 [사진=필자 제공]

서백창과 강태공의 만남

주 문왕(서백창)하면 연계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늙고 가난한 낚시꾼에서 하루아침에 재상으로 발탁된 강태공이다. 어느 날 서백이 사냥을 가려고 점을 쳐보니 “얻을 것은 용도 뱀도 호랑이도 큰 곰도 아닌 패왕(霸王)을 보필할 신하입니다”는 점괘가 나왔다. 사냥을 나가보니 과연 위수(渭水) 북쪽에서 한 노인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몇 마디 인사말이 오고간 뒤 서백이 묻기를 “지금 하고 있는 낚시질에 숨어 있는 세상 이치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하자 강태공은 “낚시줄이 가늘고 미끼가 작으면 작은 물고기만 잡히고 만일 낚시줄이 굵고 미끼가 크다면 당연히 큰 물고기가 걸릴 것이고 물이 더러우면 물고기가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입니다”라고 했다.

또한 ”군주와 신하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대장부의 대우로 인재를 구하면 한 나라를 얻게 될 것이며 제후의 예로 인재를 구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여든 인재를 소홀히 대하면 곧 떠나버릴 겁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서백이 “어떻게 하면 천하 만백성의 민심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고 되묻자 강태공은 일사천리로 “천하는 군주의 것이 아니라 만백성의 것입니다. 만백성과 함께 천하의 이익을 나누려는 군주는 그들을 따르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이익을 독점하려는 자는 당연히 천하를 잃게 될 것입니다. (생략) 사람들은 인(仁)이 있는 곳에 모이게 마련인지라 어진 사람이 정치를 하면 그 덕이 저절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천하의 민심도 얻을 것입니다”고 대답했다.

서백은 기뻐하며 “조부인 태공(太公=고공단보)때부터 불원간 어떤 성인(聖人)이 나타나 주(周)를 융성하게 이끌어갈 거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었는데 당신이야말로 그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이 오시기를 태공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고 하며 ‘태공망(太公望)’이라 불렀고 수레에 태워 궁으로 돌아와서는 군사(軍師)에 임명했다.

▲ 서백창과 강상이 만났던 섬서성 보계시에 있는 조어대(釣魚臺) [사진=필자 제공]

주나라 창업의 일등공신이 되는 태공망의 원래 성은 강(姜) 이름은 상(尙) 자는 자아(子牙) 호는 비웅(飛熊)이다. 태공망의 조상이 하(夏)나라가 세워질 때 큰 공을 세워 여(呂)와 신(申) 땅의 제후로 봉해졌는데 그 후손 중에 적통이기는 하나 서민이 된 경우이기에 여상(呂尙)이라고도 한다.

일부 백과사전에서는 중국의 주장대로 강태공의 본관은 천수(天水) 강 씨이며 염제신농의 51세 손이며 백이(伯夷)의 36세 손으로 돼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강태공은 ‘여씨춘추’를 인용한 ‘사기 제태공세가’ 집해에 동해인(東海人)과 동이지사(東夷之士)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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