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원 
청주 
지구촌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좋은 일이 있다가도 갑자기 나쁜 일이 생겨나면서 세계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진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그래도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하면서 분주하게 보내는 것이 세계적인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벽두부터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쟁이나 기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전염병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미래에 인류가 멸망한다면 전염병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끔직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금세기 들어서도 잊혀질만하면 전염병이 도져 지구촌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2002년 11월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가 동남아와 미주 등 전 대륙을 장장 8개월 간 질리게 했다. 낙타나 박쥐가 감염원으로 알려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에도 2015년, 2018년 연이어 생겨나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는 점이다.
인류가 지구에 생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위기는 상수(常數)이며, 운명이기도 하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도 채 되지 않지만 일생동안 크고 작은 위기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나 모습으로 국가나 인간의 품격이 가늠되기도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조되기도 한다. 이기적이고 폐쇄적일수록 문제를 더 키우는 반면 상식적이고 협력적일수록 더 빨리 수습이 가능함을 목도하게 된다. 그렇다고 위기를 차단하고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국경을 차단하고 행사를 중지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다만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배척할 것이 아니라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위협을 공동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인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일이 수습된 후에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중국이 두려워서, 아니면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해 합리적인 처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허튼 발언이나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사실 우한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전히 풀리고 한·중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정치적 앙금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겠지만 최소한 경제적 관계에 있어 불편함이나 장애물이 제거될 조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었다. 최근 3년 동안 고전을 거듭하던 사드 관련 주(株)들이 상승세를 탔으나 이번 사태로 졸지에 원위치로 복귀하였다. 중국 관광객 증가로 내수 시장에도 모처럼 훈기가 돌 것이라고 기세가 등등했으나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고 감수해야 한다. 길게는 올 상반기 내내 이런 기류가 계속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냉기류를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현명해져야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중국인을 필요 이상으로 거부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불필요한 감정 자극이 중국인의 한국 혹은 한국인 기피로 이어지면 우리만 손해다. 다시 말하면 너무 나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나리오 플래닝 필요, 글로벌 공급망 점검으로 반사이익도 노려야
최근의 현상을 직시하면서 글로벌 혹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치밀한 시나리오 플래닝 준비가 급선무다. G2로까지 부상한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이 가히 짐작할 만하다. 증시·외한 등 금융 시장이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이어서 실물(實物)경제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사스가 발생할 때보다 현재의 중국 경제력은 무려 8배로 커졌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추면서 글로벌 공급사슬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중국 전역의 공장들이 최소 보름 혹은 한 달 동안 가동을 멈추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는 마당이다. 우리에게 뼈아픈 것은 연초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 시장에 얼어붙고 있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비상대책의 일환으로 ‘플랜B' 작동을 착수하고 있다. 중국 공장의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이나 제3국 공장의 증산에 더해 원자재 수급, 물류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있을 정도다. 타격이나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 와중에서도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게 닥칠 불이익은 극명하다. 손을 놓고 있으면 무방비로 당하겠지만 대책과 차선책을 강구하면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우선 경제의 젖줄인 수출 전선과 내수에 바람막이를 해야 한다. 수출이 금년에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 제조업의 붕괴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중국 수출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동남아나 중동, 중남미 등 다른 시흥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낮아질 것에 착안해 우리 공장들을 재정비해 글로벌 수요에 맞불을 놓아야 한다.
그리고 동남아 공급 사슬에도 줄을 대어 우리의 반사이익이 생겨날 수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수 시장에 외국인을 동참시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더라도 다른 지역으로부터 관광객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야 한다. 단기와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마련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미국, 일본, EU 등 선진 시장과의 불필요한 마찰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정부는 민간의 사기나 의욕을 저하시키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4월 총선으로 인해 정치권은 경제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정부마저 여기에 부화뇌동해 엄습해 오는 위급한 경제 상황을 근성으로 대하면 설상가상의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은 그 이상이다. 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되기 전에도 한국 경제에 각 부분에 켜진 적신호가 한 둘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 탈출 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 경쟁에서까지 뒤지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회복은 고사하고 더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런 절박감이 우리에게 있기는 하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경제 활력이 살아날 수 있게 고삐를 더 죄야 한다. 경기를 부추길 수 있는 감세, 규제 철폐, 양적 완화 등 할 수 있는 당근을 조기에 끄집어내야 한다. 실기(失期)하면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다. 위기가 오히려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 줄 수 있다는 신념과 용기가 과연 생겨날 수 있을까.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