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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플라주(Camouflage)’는 동물이 몸 빛깔을 변화시키는 현상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다. 해당 동물들은 체색을 화려하게 변신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먹이를 유인한다. 먹이는 상위포식자의 입 속에 들어가고 나서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예를 들어 초롱아귀는 암흑만이 존재하는 어두운 심해에서 한 점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소형 어류 등은 빛에 현혹돼 다가오지만 순식간에 흉측한 외모를 가진 초롱아귀의 한 끼 식사가 되고 만다. 식충식물은 아름다운 자태로 달콤한 즙을 분비해 곤충을 유인한다.
카멜레온은 대표적 카무플라주 동물이다. 카멜레온의 체색 변화는 생물학적으로는 먹이 유인과 관련 없지만 카멜레온은 특유의 현란한 빛깔과 먹이에 대한 무자비함이 갖는 괴리감으로 인해 표리부동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인간도 카무플라주에서 예외는 아니다. 고급 정장과 고가의 시계, 번듯한 얼굴, 현란한 언변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상대를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무수하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것은 동물은 이종(異種)을 먹이로 하지만 인간은 동종을 먹이로 한다는 점이다.
인간판 카무플라주의 사례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북한에서 찾을 수 있다. 소련 정부에 의해 북한 지도자로 낙점된 김일성은 본명인 김성주를 숨기고 항일투사 김일성으로 자신을 둔갑시킨 뒤 주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 기와집에 비단옷’을 약속했다. 일제치하에서 수탈로 허덕이던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김일성을 환영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1958년부터 실시한 천리마운동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김일성이 1956년의 ‘8월 종파 사건’에서 소련파·연안파 등 정적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시작한 천리마운동은 겉으로는 화려했다. 김일성이 압연강재 추가 생산을 지시하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단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일제히 호응하는 식이었다.
천리마운동은 압연강재 12만톤 생산, 뜨락또르(트랙터) 자체 개발 등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1인 독재가 갖는 독단성에 따른 정권의 정확한 판단력 부재,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따른 노동의욕 감소 등 내재된 요소는 애초에 김일성의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김일성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퇴하는 대신 1972년 국가주석제를 신설하고 종신지도자에 올라 반근대적인 전제군주제의 시대를 열었다. 김일성의 결정은 곧 ‘정의’가 됐고 이에 대한 반대는 ‘적폐’가 됐다. 김일성과 그의 아들, 손자가 주민들의 고통을 먹이 삼아 살을 찌우는 사이 북한은 현세지옥이 됐다. 이 모든 악몽은 김일성의 ‘인간 카무플라주’에서 시작됐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에서 잇따라 터진 미투 논란 속에 여권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심상치 않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여성 인권을 부르짖었으면서도 정작 ‘제 식구’ 혐의에는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는 여권의 행동이 실은 국민 표심을 먹이로 선거에서 압승해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카무플라주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등은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에 눈과 귀를 닫는 듯한 모양새다. 13일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사후 진상규명을 호소한 피해자의 절규에도 실질적 대책은 없었다. 민주당은 나아가 ‘박 시장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 모두 지켜보지 않으면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이 뒤바뀌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일마저 일어날 것이다”고 경고했다.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화려함 뒤에는 독이 있다”는 말이 돈다. 카무플라주가 주는 생태계의 교훈을 잊는 순간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지는 자명하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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