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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내가 내 몸의 명칭을 불러주었을 때

세상과 내가 소통하는 길이 열린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23 09:23:21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이 계절은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를 읊조리기에 가장 좋은 시기 같다. 세상에 내리쪼이는 봄빛이 마치 모든 만물을 향해 그의 이름을 호명하듯, 다정한 느낌을 주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라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자연은 어김없이 생명을 향해 이름을 호명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다정다감한 눈빛을 실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대체로 그에 대한 ‘인정과 수용’의 의미가 배어 있다. 그것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의 조회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우리를 건성으로 훑어보고 교실을 나가는 것과 우리를 한 사람 한 사람 불러주면서 그윽한 시선을 보내주는 것과의 차이와도 같다. 미소 띤 선생님과 눈빛을 교환하고 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차이가 왜 없을까.
  
내 마음으로 보는 자신의 몸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눈을 감고 의식의 눈을 자신에게 맞춰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몸 속 장기들을 직접 본 적 없으니, 몸속 장기에게 마음의 시선을 맞추는 일은 조금 막연할 수 있다. 하지만, 거울을 통해 늘 살펴왔던 피부 감각을 만나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마음으로 손바닥. 하고 부른다면, 당신의 의식은 곧 손바닥으로 직행한다. 발바닥,하면 의식은 곧 발바닥으로 향하고, 발바닥의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뭔가 찌르는 듯한 감각, 간지러운 감각 따위가 알아지지 않을까. 이와 같은 연습이 거듭되면 몸 속 장기들과도 의식의 눈을 맞추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된다.
  
몸 속 장기인 간에 대해 내가 간장아! 라고 불러주었을 때 그것은 비로소 내 마음 안에 와서 안긴다. 내가 그의 이름을 심장아!라고 불렀을 때 심장 또한 나의 카메라와 눈을 맞추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간장은 ‘아, 내가 간장이지’ 하는 존재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심장아, 하고 불렀을 때 심장은 자신의 주인으로부터 따뜻한 눈빛을 받은 셈이다.
 
소통의 힘은 내 몸과 눈 맞추는 일부터
  
담임 선생님과 학생의 눈이 마주쳤을 때,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발생할까. 무협영화처럼 눈에서 살기가 빠져나와 서로 엉켰을까. 그런 상상을 하긴 어렵다. 선생님은 학생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학생도 선생님의 눈을 마주본다. 그럴 뿐이다. 그런데도 학생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기쁨을 느낀다. 학생이 스스로 의식하든 못하든 그의 존재 전체가 따뜻해진다.
 
사랑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부터 시작한다. 시끌벅적한 시공간에서 부르는 것보다는 둘만 있는 고즈넉한 공간이라면 한층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름을 부르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거나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의 담임이셨던 방상은 선생님은 아침 출석을 부를 때 노래하듯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학생들의 이름에 리듬을 불러넣으신 것이다. 성길이이, 김수우창, 박하아나아···. 학기초,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집중했다. 오늘은 선생님이 어떤 리듬으로 내 이름을 부르실까. 선생님은 거의 날마다 예측불허의 리듬으로 출석을 부르셨으니까. 다소 억지스러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억지스러워서 예측불허였고, 예측불허였으니까 아침마다 우리 교실은 늘 생생한 기대감이 소리없이 울렁거렸다. 나만 그런 생각이었을까. 
 
지파알보옹, 할 때, 선생님은 마치 중국말을 할 때처럼 ‘짱꼴라’ 음색이 가득한 소리로 교실안의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선생님이 어떤 억양으로 그 학생의 이름을 불렀느냐에 따라서 그날의 그 아이 이름은 온종일 그 억양으로 불러졌다. 덕분에 우리 교실은 서로의 이름을 교환하느라고 정신없이 활발발했다. 초등학교 6년 동안의 기억 중 가장 구체적이고 뚜렷한 기억이 포진돼 있는 지점이 그 3학년 시절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내 몸의 부위와 장기는 내 인생의 아름다운 꽃이다. 날마다 주인의 손길을 느끼는 정원의 꽃과 무관심하게 방치돼 있는 꽃, 그 둘 중 한가지인 꽃이다. 아마도 이 꽃들 또한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세상에 존재하게 한 결정적 요소로써 존재감을 늘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꽃은 누군가 눈을 맞추고, 코를 들이대고, 뺨을 대고, 피어나는 꽃의 소리조차도 듣고자 할 때 비로소 ‘진짜 꽃’이 된다. 내 몸 또한 마찬가지다. 주인인 내가 마음의 카메라를 들고 붉은 심장 앞으로 가서 ‘한 컷’ 해주었을 때 심장은 진짜 나의 심장이 되어준다. 내 몸의 모든 독성을 걸러주느라 주야로 바쁜 간장의 이름을 불러주며 마음의 카메라로 한 컷 찍어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소통의 시작이 이와 같은 능동적 경청에서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통은 상대가 누구이건 나의 모든 감각기관을 열면서 시작한다.
  
소통은 연습이고 훈련이다. 내 몸과 소통하는 습관이 들었을 때 다른 이들과도 더 멋지게 열리는 소통 근육이 발달한다. 초기불교 명상을 서양 의학에 접목하여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통해 고혈압이나 심장병, 당뇨는 물론이고 수많은 현대병을 치료하고 있는 존 카밧진 박사의 방식 또한 이와 유사하다.
  
그는 10년 동안 임상 현장에서 약 7만명의 환자들에게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바디 스캔’을 통해 효과성을 확인한 의사로 유명하다. 일정한 시공간에서 자신의 몸을 마음의 눈으로 명칭을 부르며 셀프 카메라 작업을 한 것이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스캔하듯이 바라본다고 하여 ‘바디 스캔’이라고 명명하는 이 간단한 명상법은 미국 의학계에서 인정하는 치유효과를 얻고 이제는 이 프로그램을 받는 환자에게는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 경고로 혼자 있기 알맞은 조건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이것 또한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자신의 몸속 모든 장기들을 정원의 꽃으로 여겨, 꽃밭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하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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