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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의 스카이코리아

식물은 꽃과 향으로 인간을 길들였다

웬만한 동물보다 현명한 생존 전략 구사하는 식물의 세계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12 10:48:01

▲ 조정진 논설주간
세기의 역병 코로나19로 인간이 고립됐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던 인간이 우리에 갇힌 짐승 꼴이다. 집집마다 둔테에 빗장이 채워졌고, 마스크로 입을 봉쇄당하고, 거리두기로 타인과 단절됐다. 움직이질 못하니 우울증도 생기고 졸지에 확찐자가 돼 건강을 잃기도 한다. 사람 모이는 게 두려운 정부는 이때다 싶어 정치방역으로 국민을 꼼짝달싹 못하게 길들이고 있다.
 
코로나가 왜 지구를 찾아 왔는지를 따지는 학자나 의료인은 없어 보인다. 그냥 코로나를 사람 잡아먹는 재수 없는 병균쯤으로 취급하고 때려잡기에 분주하다. 코로나를 인간의 교만을 일깨워주기 위한 자연 혹은 우주의 신호로 해석하면 안 될까. 피로나 기침이 몸의 이상을 미리 알려주는 징후이듯이, 코로나도 인간에게 더 큰 재앙을 일깨워주려는 신의 징조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코로나는 어쩌면 중세 유럽을 강타한 천연두 마마처럼 손님일 수 있다. 코로나를 탓하기 전에 코로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생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그게 영어로 위드 코로나, 우리말로 ‘함께 코로나, 어떤 정당처럼 더불어 코로나든 뭐가 중요하랴. 도둑을 잡으려 하면 강도로 돌변하듯, 코로나도 자꾸 미워만 하니 화를 내는 게 아닐까. 살살 달래 친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움직이지 못하고 숨만 쉬는 사람을 식물인간이라 부른다. 붙박이인 식물에 비유한 것이다. 과연 적절한 비유일까. 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가장 장수하는 현명한 종족이다. 인류가 지구에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빙하기는 물론 공룡이 뛰어놀던 시절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싹을 틔웠다. 아프리카 초원부터 히말라야 계곡, 적도의 늪, 깊은 바다, 황량한 들판, 오래된 대학 본관 담벼락에서도 버젓이 생명을 잇고 있다.
 
식물은 햇빛·공기 등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 식물은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산소를 주고, 약을 주고, 그늘을 주고 있다. 지구상에 식물이 없었다면 인간은 결코 지금처럼 살아남을 수 없었다. 식물은 어떠한 지구환경도 극복하며 이동이 힘든 약점을 보완하느라 가지가지의 생존 전략을 발달시켰다.
 
인간은 벼나 과일, 식용식물을 품질 개량해 재배한다고 자부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인간이 거부반응 없이 식물을 사랑하고 번식시키도록 긴긴 세월동안 식물이 인간을 길들여온 셈이기도 하다. 화분에 담겨 인간이 사는 거실에까지 들어왔다. 그래서 동양철학자이면서 오랫동안 식물에 천착해온 최문형 교수는 저서 식물처럼 살기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진화의 최고점이라고 자랑할지 모르지만, 그 진화는 식물과의 공진화라고 단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나무는 약 4900살이다. 성경에 969살까지 산 것으로 기록된 므두셀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단군보다 나이가 많다. 5000살 넘는 나무도 있지만, ‘훼손 전문가사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 산림청이 비공개하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신라왕관의 날 출()’ 자 모양도 하늘나무 즉 신목(神木)을 상징한다. 식물인 나무는 이렇듯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연리지(連理枝)가 연인들 사진 찍으라고 엉킨 게 아니듯,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도 사람들 눈요기하라고 피는 게 아니다. 꽃은 화려한 색과 그윽한 향으로 수분(受粉) 매개자, 즉 가루받이를 유혹하는 임무를 맡았다. 진화론자 찰스 다윈도 각각의 꽃에는 그에 딱 맞는 중매쟁이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 제자리를 지키며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꽃은 따라서 자연계의 이름 난 커플 매니저다.
 
물가에 사는 맹글로브라는 식물이 있다. 맹그로브는 엄마나무에서 싹을 틔운 씨앗나무 주아를 떨어뜨려 번식한다. 운이 좋아 주아가 땅 위에 닿으면 그대로 뿌리를 내리지만, 물 위에 떨어지면 적당한 환경을 만날 때까지 몇 달이고 둥둥 떠다닌다. 바다까지 떠밀리면 지들끼리 맹그로브 섬을 만들어 생존을 도모한다.
 
척박한 땅에 사는 네펜데스는 별별 생존법을 고안했다. 줄기를 동그란 통 모양으로 변형시켜 수단·방법 안 가리고 먹이를 모은다. 개미·낙엽·박쥐 똥 등 이것저것 다 챙겨 먹고 기어이 살아남는다. 아프리카의 아카시아는 속을 비워 사탄개미에게 내준 뒤 자신을 타고 오르는 넝쿨식물들을 제거하게 한다. 아카시아를 먹으려는 초식동물들의 접근도 차단한다. 사탄개미들은 집과 먹을 것을 제공한 아카시아에 밥값을 하는 것이다.
 
이래도 식물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미개한 생명체라 깔볼 것인가. 이쯤 되면 외려 식물에 경외감이 들 것이다. 코로나에 갇혀 소중한 가치인 자유가 위협당해도 움직이지 않는 겁쟁이 인간들에게 식물들이 뭐라 말할지 한없이 부끄럽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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