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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성스러운 인류 생존’ 만을 얘기하는 환경운동은 선동이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12 10:50:49

 
▲이혁재 언론인·전 조선일보 기자
환경의 ‘환’자만 꺼내려해도
돈만 밝힌다는 공격을 받아
인류를 멸망에서 지키려면
환경에도 자유비판은 절실
 
지구가 망한다는데, 좀 더 정확히는, 지구 환경을 망친 인류가 망한다는데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탄소중립 애기다. 탄소중립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반(反)원전과 맞물려 성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그 탄소 중립이 요즘 사소한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인류 멸망을 막으려다 보니 급하게 탄소중립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고, 사명감을 갖고 온갖 비판 목소리를 물리치며 달려오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버린 것이다.
 
알지만 말 못했던 전기요금 인상
 
사소한 부작용은 전기 값에서 발생했다. 유럽의 올해 전기요금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핵심 전력 생산원인 천연가스의 공급이 줄어든 데다 바람이 잠잠한 탓에 풍력발전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풍력·태양광 비율을 계속 높이고 있지만 이들 신재생 에너지로는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지 못한다. 여기에 전기자동차 보급 등으로 전기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도매 전기료는 ㎿h당 331유로(약 45만7000원)로 작년 이맘 때(47유로)보다 7배로 올랐다.
 
전기값을 올린 좀 더 비중 있는 요인은, 유럽이 추진 중인 ‘기후변동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망하려는 인류를 구하려다 보니 ‘싸다, 비싸다’ 따질 여유가 없었고, 석유‧석탄 대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이런 걸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라 부른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린플레이션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가격도 오르고 있다. 반도체 가격 인상은 휴대폰부터 자동차까지 연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재생 에너지가 비용이 비싸게 먹힌다는 것은 엄연한 진리다. 깨끗하면서도 안전하고, 값도 싼 에너지는 아직까지는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성스러운 재생에너지는 비싸다는, 그래서 전기값이 오른다는 말은 금기가 됐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태양광은 날씨 영향 심하다
 
요즘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또 다른 국가기밀은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에 영향 받는다는 사실이다. 올해 유럽에서 풍력발전은 특히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북해 인근에 집중된 유럽의 풍력발전소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의존한다. 하지만 올해 풍속은 2000년 이후 가장 느리다. 독일의 경우 이달 풍력 발전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을 풍력에 의지하는 영국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체 전력 생산원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38%에 이르며, 풍력만 따지면 10%가량이다. 그래서 전기 요금이 올랐다.
 
코로나19에서 서서히 회복하면서 사회활동이 자유로워지고 경제가 좋아지면서 전기수요는 늘고 있다. 옛날에는 질병에서 회복하면 세상이 밝아졌지만 요즘은 전기값이 오른다.
 
경제가 회복돼 전기가 부족해지면 발전량을 늘여야 하는데, 올 7월 유럽위원회가 내건 야심찬 ‘온실가스 삭감계획’ 때문에 능동적인 발전량 증가는 어림없다. 석유‧석탄 발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삭감은 정치적 철학적 문제라서 석탄을 다시 쓰겠다고 말하기 힘들다.
 
깨끗한 천연가스 마저 부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 있지만 프랑스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턱도 없는 얘기다. 결국 경제성장에 걸맞은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천연가스 밖에 선택지가 없게 된다. 하지만 믿었던 천연가스마저도 불안정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과 달리 단기 수입계약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경기 회복이 바로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전기값 폭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유럽의 전기료 급등은 전체 전력생산의 5분의 1을 맡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결국 지난달 30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메가와트시(MWh)당 97.73유로(약 13만4600원)까지 치솟았다. 연초보다 400% 폭등한 수치다.
 
그린플레이션 속에서 발생한 또다른 현상은 온실가스 배출권 폭등이다. 유럽은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 제도를 통해 온실효과 가스 삭감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자 배출권 가격마저 급등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또다시 탄소 가스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전기값 인상으로 연결됐다.
 
“환경정책에도 실수는 있을 수 있다”
 
K방역으로 상징되듯 우리의 K환경은 이런 유럽을 앞지르는 느낌이 있다. 엄청 과감하고, 좌우 안 보고 달려 나간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시나리오에서는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을 제안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제안할 때 1248조원이 필요하다는 말, 그것도 10년마다 설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은 안 했다.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청정 에너지원이라며 수소 위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우주의 수소는 태양 같은 항성에 다 있다. 섭씨 6000도 이상의 뜨거운 별에서 누가 수소를 가져올 것인가.
 
유럽의 전기값 폭등은 유럽위원회의 전략 미스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목표에 이르는 전술이 너무 치졸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석탄 발전은 터부로 간주된다. 하지만 최신기술을 사용하면 배출가스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석탄은 ‘절대악’이므로 말 꺼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비판과 기술혁신이 환경지킨다
 
분명한 건 무계획과 선동만으론 환경은 못 지킨다는 것이다. 환경은 기술 혁신, 그리고 비판 속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검증이 없다면 어떻게 돌아갈까.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려면 1248조원이나 들어간다는 비판에 탄소중립위가 했던 행동을 보자. 중립위는 당당히 “에너지 저장은 양수발전과 그린수소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했었다.
 
복잡한 설명 다 생략하고 말하자면, 중립위가 밝힌 다양한 방식은 산업부가 이미 조목조목 반대했던 아이디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 없는 장밋빛 전망만으로 잠시 국민을 속일 수는 있지만 환경까지 지킬 수는 없다.
 
환경을 보호하다보면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너무도 명백한 진실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 자유는 환경에도 필요하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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