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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이제는 환경운동도 과학적으로, 실속 있게 합시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09 10:10:08

 
▲이혁재 언론인·전 조선일보 기자
조용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가는
디지털 시대의 환경보호 운동들
MZ가 주인인 21세기에 걸맞게
과학적이고 소통하는 친 환경을
 
우리나라에서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한손 들고 외치는 “물러가라” 구호가 생각난다. 외국에서 환경운동 하면 ‘과학’이 더 많이 생각난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외국 환경운동을 검색하면 ‘그린 핀테크’라는 단어를 보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환경운동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린 핀테크는 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에,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를 붙인 것이다. 영어가 많아지면 복잡해지니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영국에서 주목받는 ‘그린 핀테크’
 
그린 핀테크는 기본 전제 측면에서 기존 환경운동과 차이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석유 시추를 위해 북극을 개발하려 하며, 북극곰은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옛날식 주장은 안 한다. 대신 기후변화가 기업이나 공장에만 책임 있는 것이 아니라, 육식이나 플라스틱제품 사용 등 우리 개개인의 생활 습관에도 원인이 있다고 반성한다.
 
그린 핀테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트레드’(Tred) 카드다. 재생 플라스틱을 75% 사용해 만든 트레드 카드는, 카드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알기 쉽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카드를 긁었다고 치자. 그러면 각 소비별로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는지 핸드폰에 표시된다. 일반 우유와 식물성 우유의 비교, 전철과 택시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화려한 컬러 그래프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참고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스타일로 생활을 바꾸길 기대한다.
 
생활 속에서 하는 환경운동
 
이 카드를 사용하면 집단으로 환경 시위에 참여해 소리 지르는 수고를 많이 덜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일상생활에 변화를 줌으로써 손쉽게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렇게, 환경보호 운동도 보다 조용하고 편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안 해도 된다.
 
9월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경제단체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는 무산됐다. 시민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 10여명이 ‘탄소감축 발목 잡는 산업계를 규탄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회의장 입구를 몸으로 막아섰기 때문이다. 과학시대에는 이렇게 수고스러운 환경운동은 덜 해도 된다.
 
아마추어는 가라
 
그로부터 한 달 뒤 지구 차원의 탄소 감축안을 논의하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국내 언론들은 최일 주영 북한대사가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경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안 나왔던 내용이 있다. 시민단체들이 정식 초청을 받아 이번 총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환경의 원수’인 정부와 대기업이 참여하는 총회이니 시민단체 대부분이 반대하고 항의구호만 외칠 것이란 우리 상식에 어긋난다.
 
총회를 앞두고 유엔은 요건을 충족하는 시민단체에 ‘협의상 지위’를 부여했다. 정부 간 협의의 장인 COP에서 옵저버 참가권을 부여받은 시민단체는 2019년 현재 2360개이다. 20년 사이 6.3배나 늘어났다. 이번 COP26에서도 많은 시민단체가 정부 간 협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 간 이해가 대립할 경우 논점 정리, 다수파 공작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 국제시민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세계 100개에 달하는 WWF거점 중 40개에서 150여명이 COP26에 참석해 근무 국가의 환경상황을 설명하고 쟁점과 합의가능한 점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WWF 요원은 세계에 7000여명 있고 이 중 5400명이 자연보호 등 전문부서에 소속돼 있다. 박사‧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세계적인 과학자도 있다. WWF가 중시하는 것이 SBT이다. SBT는 우리말로 옮기면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목표’이다.
물론 이번 COP26에서도 시위는 벌어졌고 지구환경 보호는 인간에게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시위대가 외친 구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과학계의 합의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환경은 엄연한 과학 운동
 
WWF가 보기에 요즘 우리가 하는 환경운동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낙동강의 녹조. 올 들어 낙동강 일대에 발령된 ‘녹조 경보’, 일명 라떼 경보는 지난 10여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경부는 “녹조를 줄이려면 보를 개방해야 한다”며 2017년 이후 보를 부분 개방해왔다. 그런데도 녹조가 창궐하자 환경부는 “짧은 장마와 이른 폭염 탓”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8월 수온은 28.6도로 지난 5년 평균치(26~28도)에서 약간 높은 정도였고, 창녕 함안보의 8월 수온은 2018~2019년보다 오히려 낮았다. 도무지 과학적이지 않다.
 
북한 간첩들도 과학을 중시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신재생에너지 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다. 전북 군산시 수상 태양광 시설. 이곳 태양광 패널이 새똥으로 오염되자 조류 퇴치용 소음기, 와이어, 조명을 설치해 철새를 쫓아내고 있다. 철새 도래지에서 새를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소음기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소음기는 왕왕대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웬일인지 철새보호 시위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이건 과학적이지 않다. 그냥 정치적일 뿐이다.
 
1980년대 북한 공작원들은 일본 해안에 몰래 상륙해서는 정해진 횟수만큼 조약돌을 딱딱 치며 신호를 보냈었다. 예를 들어 상륙조가 한 번 조약돌을 치면, 해안에 대기하던 공작조가 세 번 치는 식이다. 조약돌 친 숫자가 맞으면 서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던 북한도 변했다. 올해 충청도에서 적발된 간첩 조직은 스테가노그래픽(steganography) 기술을 사용해 왔음이 드러났다. 스테가노그래픽은 정보를 이미지, 오디오 등의 파일에 숨겨 전달하는 기술이다. 감지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한다. 간첩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환경보호가들은 여전히 길바닥에 드러눕고 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시라고 하면 “독재정권에 의해 장기간 깜빵(감방)에 갇혀만 있어서 잘 안 된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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