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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국민은 어리숙한 바보가 아니다

포퓰리즘‧말바꾸기 논란의 대선주자들

일관성 없는 대국민 태도는 용납 불가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01 11:15:00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 <잠언 18 : 13>
 
차기 대선이 70일 남짓 다가왔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를 두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분위기다. ‘뉴스를 보면 더 헷갈리고, 대통령이 되면 국가와 국민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 제시도 없고 가족 싸움으로 분탕질만 한다’며 정치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들의 눈에는 대통령감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중에는 8‧15 광복 전,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살아본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참혹한 6‧25전쟁을 겪은 기억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전쟁의 잿더미에서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은 많다. 그리고 40‧50 이후 20‧30 세대는 고생을 모르고 살아왔다. 문재인정권 5년을 바라보는 40‧50 및 20‧30 시각은 60‧70 이전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경제가 팬데믹과 정부의 정책 실패가 맞물리면서 참담한 상태다. 나랏빚과 가계부채가 동시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잠재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1년 사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2만6000명이나 줄었고 지난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만도 무려 944명에 이르고 있다.
 
국민은 어떤 대통령을 바랄까. 요컨대 대통령의 자격은 무엇인가를 묻게 하는 데 세상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 때 정치인들을 개(犬)만도 못하게 취급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심한 것 같다. 특히 문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민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를 겪으면서도 문 정권에 대해 이토록 둔감하다는데 필자는 새삼 놀랍고, 전과 4범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것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데워지고 있는 주전자 물 속 개구리처럼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일부 지지자들은 낙관과 비관, 다양한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골라서 믿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os)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 하기는 어렵고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그 시대 누구나 공감하는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변화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선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과연 국민이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두 후보 모두 검찰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도덕적 기준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당장 현안이 되는 부동산, 재정과 복지, 청년고용 관련 공약에서 시대정신은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다.
 
집값 폭등은 국민을 벼락거지 아니면 세금폭탄의 대상자로 만들어 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시장 정책이 빚은 참사였다. 이 문제를 푸는 게 바로 시대정신이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와 부동산감독원 공약은 더 강력한 반시장적 정책이다. 결국 시장왜곡을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윤 후보의 250만채 공급 공약은 그나마 시장원리에 부합하긴 하지만 정교한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희망고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난지원금은 포퓰리즘과 무책임의 경연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들은 팬데믹 시국을 겨냥한 포퓰리즘 공약을 마구 남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보면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사자성어가 문득 떠오른다. 온 국민이 이해당사자인 문제를 놓고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도 너무 다른 까닭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실조차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는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우선 대구에 가서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하더니 나흘 뒤 “존경하는 대통령 이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을 바꾸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했다는 호남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곤혹을 치른 야당의 윤석열 후보를 겨냥, “(살인범과 강도도)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비판한 이 후보가 경북에 가서는 “3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이게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했다. “윤석열 말과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을 받자 이틀 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선 “내가 사업 설계자다”고 하더니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굴비 엮듯 줄줄이 구속되고 최고 스캔들로 변질되자 국민의힘에게 책임을 넘기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당시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었는데도 “노벨이 화약을 만들었다고 9․11테러를 설계한 거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 자신이 성남시장일 때 부하 직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을 때도 “몸통은 놔두고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구속되자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냐”고 했다. 이번에도 대장동 의혹에 관여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하급직원이라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이 후보가 자기 말처럼 의혹과 무관하기만 하다면 이런 언어들도 다 그러려니 하자. 최근 문제가 된 아들 불법도박도 그냥 넘어가자. 이 후보 말처럼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자식이다. 그것도 인지상정이다. 아들도 성인이니 책임질 것은 아들이 지면 된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일관성 없는 태도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국가경제를 좌우할 정책공약을 한 순간에 뒤집어 버린다는 비판에 대해 이 후보는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는 거라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은 정책이라면 애초에 신중을 기해야 했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국민을 설득해 관철을 시켰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 공약에) 반대하는 것은 악성언론과 부패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다”고 할 때는 언제고, 하루아침에 국민이 반대하니까 안 한다면 국민의 지성을 오판하는 게 아니고 뭔가.
 
더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다. 떠나는 대통령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불공정 선거시비를 남기는 일이다. 위험한 불장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산부 차관에 이어 얼마 전엔 여성가족부 차관과 관료들이 민주당에 대선 공약 자료를 넘긴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정부가 여당 후보의 공약을 생산해내는 외주업체로 전락한 꼴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나 청와대는 그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부처를 장악하고 있고 검찰, 경찰, 법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도 여당 2중대 의혹에 휩싸였다. 선거중립과 공정선거를 기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시되고 있다.
 
대선까지는 약 70일 남았다. 공정한 대선 관리를 담보하려면 선거중립 내각으로의 교체가 절실하다. 선례가 없는 건 아니다. 1992년 10월 노태우정부는 대선을 3개월 남겨두고 중립 선거내각을 전격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일면식도 없는 교수 출신을 국무총리(현승종)에 임명하고 법무, 내무, 정무장관과 안기부장까지 바꿨다. 대선을 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결정이었다. 권력교체기에 다른 역대 대통령들도 대개 소속 정당을 탈당하거나 비(非) 정치 내각을 꾸림으로서 중립의지를 실천한 바 있다.
 
보수궤멸 목적 아니냐는 의혹의 ‘적폐청산’을 주장했던 문 정부가 과연 중립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제발이지 국민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는 보고 싶지 않다.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통령을 선택하고 싶다. 그러나 자칫 꿈이 될까 두렵다.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 <히브리서 10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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