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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알고 보면 삶 가까이 있는 클래식 음악

영화·드라마 속 음악은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

귀에 친근한 ‘송어’에서 클래식과 친해질 수도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4-07 11:06:37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하던 추억의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기억하시죠. 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가 있었는데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전체 1위를 차지했던 ‘오징어 게임’에서 나왔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이었죠. 이 게임에 대한 추억의 감성을 갖고 있었던 저에게 게임에 지게 되면 ‘죽는다’는 규칙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는데요. 이 때 흘러나왔던 재즈 ‘Fly to the Moon’의 선율은 충격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장면을 각인시킨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곤 배경음악까지 신경쓰며 드라마를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음악 위에 장면을 입힌 것처럼 Fly to the Moon의 선율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죠.
 
같은 음악이 같은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나올 때는 그 장면만 생각해도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죠.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은 게임 참가자들의 기상시간에 반복적으로 흐른 음악입니다. 밝고 활기찬 트럼펫의 팡파르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되지만 다음 게임 참가 전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감을 더 극대화하는 음악으로도 들리죠.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음악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음악이 극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악은 죽음의 순간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잔인한 장면을 덜 잔인하게, 공포스러운 장면을 더욱 공포스럽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영화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 음악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빨래가 끝난 세탁기에서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송어’, 자동차 후진할 때 나오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중 고등학교 수업이 끝날 때 나는 종소리,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 등은 생활 속에서 이미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입니다. 기계음으로 소리를 내서 실제 클래식 악기로 연주했을 때 같은 음악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요.
 
지금까지 얘기한 작곡가와 음악만도 벌써 5곡입니다.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광고 속에서 여러분이 눈치채지 못하고 스쳐 간 클래식 음악도 꽤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도 포함되겠죠. 이렇게 클래식 음악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가까이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필요 충분 조건은 갖춘 셈입니다.
 
이제 음악 자체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겠죠.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트럼펫 협주곡 작곡가는 하이든이라는데 어떤 사람이지?’ 하이든은 베토벤·모차르트와 함께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3대 작곡가로 알려져 있죠. 세 작곡가들 중 대선배였음에도 (하이든 1732-1809, 베토벤 1770-1827, 모짜르트 1759-1791) 77세까지 가장 오래 살았던 작곡가입니다. 바로크, 고전, 낭만시대를 통틀어 장수했던 몇 안 되는 클래식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죠.
 
협주곡은 뭘까요? 콘체르토라고도 하죠.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곡입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주를 하다가 중간중간 독주악기 혼자서 기량을 뽐내기도 하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피아노 콘체르토’, 트럼펫과 오케스트라의 조합은 ‘트럼펫 콘체르토’랍니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하이든이 64살에 작곡한 곡인데요. 트럼펫을 클래식 음악 악기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이든은 30살이 되었을 때 헝가리의 어마어마한 부자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악장으로 취임하면서 30여년간 많은 작품을 작곡합니다. 당시 음악가의 위치는 고용주가 원하는 음악을 맞춰서 작곡하는 형태였습니다. 100여곡의 교향곡과 60여곡이 넘는 현악 4중주의 작곡이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연회와 행사들이 끊임없이 있어서 하이든은 계속해서 새로운 곡을 작곡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곡에 대해 알다 보면 작곡가의 삶도 궁금해지게 됩니다. 그들의 삶 자체가 드라마인 경우도 있지요.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했던 작곡가 슈만, 그의 아내 클라라, 브람스의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죠. 작곡가 브람스는 그의 스승,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였던 클라라 슈만을 사랑하게 되는데요. 리스트만큼 유명했던 피아니스트 클라라는 브람스가 작곡한 여러 곡을 초연합니다. 클라라의 고별무대에서도 브람스가 그녀에게 헌정한 소품 Op.118로 마무리하죠. 슈만이 세상을 떠나고 클라라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브람스에게 많은 의지를 했죠. 브람스의 곡이 출판과 동시에 잘 팔렸던 이유는 클라라가 브람스의 곡을 많이 연주한 공도 크다고 합니다. 2014년에 방영된 드라마 <밀회>에서 피아니스트로 나왔던 배우 유아인이 이 소품을 연주하는데요. 스승의 아내를 사랑했던 브람스처럼 극 중 유아인의 역할도 비슷했죠.
 
클래식 음악은 생각보다 일상 속에 가까이 있습니다. 단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죠.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음악이 클래식 음악을 알게 되고 친해질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의 장면과 함께 나온 클래식 음악은 더욱 친근하겠죠. 아니면 빨래가 끝난 세탁기에서 흘러나온 슈베르트의 ‘송어’가 더 친근할 수도 있겠구요. 여러분이 모두 잘 알고 있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도 클래식 음악을 처음 시작하기 딱 좋은 곡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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