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04:35
뉴스 > 연재기획
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좋은 연주 위해 필요한 조건 ‘관찰’
음표만 전달하는 연주는 음악과의 관계가 설익어
곡이 낯설게 들린다면 악보 상의 기호 빼먹은 것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 기호·신호를 잘 읽어야
이지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25 10:48:29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연주는 관찰이다. 악보를 샅샅이 들여다봐야 한다. 리듬이 다른 음표, 중간 중간에 적힌 음악용어, 음과 음 사이를 연결해 놓은 이음줄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그려져 있는지, 갑작스런 조바꿈, 음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임시표 등 20줄은 더 써도 모자랄 만큼 자세히 봐야 할 것이 많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 ‘풀꽃’에서도 말한다. 악보에 그려진 음표만 읽으면서 연주했다면 연주자와 음악의 관계는 무르익지 않은 상태다. 자주 만나고 자세히 살필수록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것처럼 연주자의 ‘의식적인 관찰’이 반복될수록 연주의 퀄리티는 높아진다. 연주자의 관찰이 연습내내 필요하다.
 
크레센도는 점점 커지라는 음악용어다. 작게 시작하라는 말이 함축 되어 있다. 하지만 앞부분의 영향으로 이미 커져 있거나 앞부분보다 더 크게 연주하면 된다는 생각에 작게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쉼표는 말 그대로 쉬어야 한다. 숨을 내쉬듯 음도 숨을 쉬어야 한다. 16분 쉼표나 8분 쉼표처럼 짧은 쉼표는 의도한 것이 아닌데 쉬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놓친 거다. 이음줄 표시는 음의 시작부터 마지막 음까지 한번의 호흡으로 노래하라는 뜻이다. 갑자기 나오는 스포르찬도(sf) 표기는 앞 뒤 흐름에서 찌르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야 할 지 시간차를 이용하면서 크고 울림이 풍성한 소리를 내야 할 지 결정해야 한다.
 
예술교육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릭 부스는 “예술가들의 관찰은 과학자와 같다. 사물을 인식할 때 보이는 사실, 그림을 본다면 회색 지붕의 집에 파란 대문이 보이고 앞으로 걸어가는 아저씨의 손에는 과일 바구니가 들렸다는 식이다. 그들은 정확히 관찰하고 섣불리 추측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주자가 늘 갖고 다니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보는 것이 악보다. 끝까지 악보를 관찰한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린 음악용어, 쉼표, 리듬이 곡을 낯설게 한다. 연주가 ‘낯설다’는 것은 악보에 적힌 연주 가이드를 열심히 따르지 않아서 작곡가가 의도한 바와 상관없는 음악을 연주했다는 뜻이다. 완성된 연주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인 악보에 충실해야 한다. 악보만 유심히 관찰해도 반 이상은 정확한 연주를 할 수 있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오직 관찰하는 자만이 그것을 잡을 수 있다.” 프랑스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 역시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이든 예술이든 어느 영역에서나 관찰을 통해 인식과 이해의 범주가 확장된다.
 
인간관계도 연주 같다. 상대의 기호와 신호를 잘 읽을 필요가 있다.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무엇을 보고 있는지, 기억과 직관까지도 유심히 관찰했다면 그가 보내는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린 상대의 신호는 ‘낯선 관계’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식적 관찰’이 없는 연주는 관심 없는 인간관계와 같다. 좋은 연주를 위해 악보를 유심히 관찰하듯 상대의 마음을 읽어보자. 관찰은 관심이다. 
 
광고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1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25,193 ▶
어제 140,566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