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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41회> 사진
이수빈 씨 깨어났습니다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24 09:30:21
CCTV 영상을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속에서 진욱은 옆의 사람들과 웃고 서 있었다. 공터 같은 곳이었고 트럭 앞이었다. 이미 진욱을 만났고 진욱이 소선의 그림을 찾아 보내준 걸 상훈이 알 리 없었다.
 
진욱 옆의 사람들이 누군지 손가락으로 핸드폰의 사진을 키워봤지만 누군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라 화질이 좋을 리 없었다.
 
사진 귀퉁이에 서 있는 사람은 얼굴 부분을 오려내기라도 한 듯 검게 뭉쳐 있었다. 갑자기 얼굴 부분을 일부러 오려놓았던 수빈 집 사진이 떠올랐다.
 
한 장은 컬럼비아대학 도서관 긴 계단이 배경이었고, 다른 한 장은 컬럼비아대학 교정에 세워진 로뎅 동상 앞이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남자로 보이지만 두 장 다 얼굴은 도려지고 없었다.
 
, 이거 내 꺼 아니야. 선물 받은 사진이야. 수빈은 민망한 표정으로 선우 손에 든 사진을 빼앗아갔었다.
 
선우는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 사진들이 아직 어딘가 있을지 몰랐다. 있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옛날 사진들은 1층 서재에 있을 거예요. 아가씨. 제가 찾아볼까요?”
 
선우는 아니라고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과천댁은 아직도 선우를 아가씨라고 불렀다. 엄마 없는 아기 선우를 길러준 사람이 바로 과천댁이라고 했다. 어릴 땐 애기씨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커가면서 아가씨라고 어느 새 바뀌어있었다.
 
선우가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가버려 한동안은 연락이 끊어졌다. 하지만 선우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자 어떻게 알았는지 과천댁이 먼저 명환에게 연락을 해 선우를 돌보겠다고 자청해 다시 이어진 인연이었다.
 
한때 선우와 상훈이 공동으로 썼던 1층 서재엔 사진 박스 하나가 있었다. 주로 결혼 후 함께 찍은 사진들로 개인 사진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거기서 그 사진을 찾았다.
 
그 속에서 상훈이 컬럼비아대학 메모리얼 도서관 앞과 로뎅상 앞, 두 장을 찾아냈다분명 수빈의 집에서 본 사진이었다. 사진의 구도와 사물의 위치, 그리고 인물의 자세가 거의 같았다.
 
다른 건 수빈 집 사진은 얼굴이 오려져 누군지 알 수 없는 것이었고, 집의 사진은 누군지 얼굴이 드러나 있다는 거였다.
 
수빈은 선물 받은 사진이라고 했다. 상훈의 사진을 수빈이 어떻게 선물로 받았던 건지 선우는 알 수 없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대표님. 이수빈 씨 담당의사입니다. 이수빈 씨 깨어났습니다.”
 
어머. 그래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저쪽에서 말이 없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건 확실한데 의식이 완전 돌아온 건 아닙니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사람을 못 알아보네요.”
 
우선 깨어났으니 다행이죠. 수고하셨습니다.”
 
눈 뜨고 몸을 움직이고 한 건 오늘 정오쯤인데 오후엔 스스로 죽을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선 지켜보겠습니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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