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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도시 공간 읽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디지털 장치와 상호작용하는 기술에 시각적 결합 두드러져
데이터화 된 정보 너머 따스한 일상에 대한 성찰 필요한 시점
유영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8 09:45:15
 
▲ 유영이 ‘다이얼로그: 전시와 도시 사이’ 저자
 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의 그림은 어딘가 불편하다. 뚜렷한 형태가 없는 사과가 울퉁불퉁 나열되어 있고 정면인 것 같지만 측면과 섞여 있는 듯한 탁자도 눈에 띈다. 명암도 다양하다. 한 장면을 포착했다기보다 대상을 둘러싼 일정 시간을 묘사한 것 같다. 이곳저곳에서 빛이 이동하고 있는 느낌의 그림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러한 세잔의 그림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학자가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는 ‘살아있는 눈(Lived vision)’을 강조하며 세잔의 그림을 소개한다. 어떠한 대상을 바라볼 때 우리의 눈은 이곳저곳을 움직인다. 사람의 인지 과정은 절대자가 찍어 놓은 사진처럼 한순간에 멈추어 있지 않다. 
 
우리의 일상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하는 행위이다. 빛의 방향이 조금씩 변하고 시간도 흐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퐁티는 세잔의 방식이 실제를 추구하기 위해 실제를 이루는 습관적인 투시도를 포기했다고 말한다. 세잔의 사과 그림에 나타나는 왜곡은 우리가 실제 대상을 바라보는 과정을 담은 결과이다. 퐁티는 실제로 우리가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의 교차를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지도로 길을 찾아 나서고, 앱을 통해 내 주변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의 일상과 세잔·퐁티의 이야기는 그리 다르지 않다. 보이는 것 이상으로 대상을 인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늘날 도시를 읽는 우리의 삶에도 녹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닛산(Nissan)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카 기술 I2V(Invisible to visible)를 선보였다. I2V 기술은 2030년 최종 구현을 목표로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는 정보와 사람 간의 교류를 시각화하여 차량 내부에서의 공간 경험을 확장한다. 
 
건물 후면과 지하 정보를 증강현실 지도로 구현하고 증강현실 아바타를 통해 다른 공간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한 공간에 모으는 기술도 포함된다. 이전까지 디지털 장치와 상호작용하는 기술은 시각과 음성 기반이었던 데 반해 적극적으로 시각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I2V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융합해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준다. 자율주행과 차량 실내센서가 감지한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는 옴니센싱 기술을 활용한다. 차량 내외부의 센서 정보와 클라우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융합하여 앞에 있는 것은 물론 건물 뒤나 코너에 숨어 있는 정보까지 시각화한다.
 
▲ 우리의 일상은 시각화된 도시 공간 정보로 가득하다. 시각적 자극은 데이터와 맞물려 더욱 다층화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교통 정보를 얻기 위해 교통 정보 클라우드에 연결된 커넥티드 카는 수많은 시각 정보를 연계해 준다. 이를 통해 도로 환경 조건이나 잠재적으로 숨겨진 장애물, 보행자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도로가 막힐 경우, 보이지 않는 원인을 알려 주고 대체 경로를 결정할 수 있는 보조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산악 주행 때에는 커브 길에서 보이지 않는 마주 오는 차량 또는 장애물의 이미지를 시각화해 준다. 주차 또한 주변 주차 공간에 관한 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받는다. 도시를 경험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과 같은 경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운전자와 탑승자를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연결 혹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3D 아바타로 나타나 동승하거나 운전을 돕기도 한다. 이는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자동차를 탈 것 이상으로 진화시킨다. 
 
비가 올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우중충한 경치를 쾌적한 날씨와 풍경으로 바꾸어 맑은 날에 주행하는 듯한 경험을 만들어 준다. 초행길에는 가상현실에서 활동하는 로컬가이드의 도움을 받는다. 장거리 주행 시 차량 내부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해 아바타로 연결하여 비즈니스 상담이나 어학 레슨 등 서비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닛산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I2V 기술을 로봇 슈트에 비유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는 세계, 즉 공간 그 자체로 느끼고 보는 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 공간은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통합을 지향한다. 정지된 사물의 조합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생성되는 시공간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서 변화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보이지 않는 세계, 즉 가상 세계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의 범주를 새롭게 한다. 인간의 인식에 자극을 주는 정보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기호로 전환해 주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주어지기 때문이다.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술의 수용과 동시에 또 다른 가치를 고려한다. 국내에서 기술 발전에 중점을 두어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또한 주창자 클라우스 슈밥이 이야기하는 ‘인간 중심적 미래’라는 요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확장되고 유동하는 도시 공간 안에서 일상의 변화는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형상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흐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도시를 관찰하는 능력과 함께 적절한 정보를 선택하고 정보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감각이다.
 
메를로 퐁티는 프랑스의 작가 장 폴랑의 말을 인용하며 세잔의 그림은 작품을 보는 이들을 초대한다고 표현했다. 나아가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이라고 평가한다. 퐁티가 세잔의 그림에서 따뜻함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사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담아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 즉 세상을 인지하는 일상의 따스함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육안보다 데이터화된 지도와 정보에 익숙한 요즘, 우리가 만나는 모든 시각적 정보 너머의 따스한 일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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