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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현병을 예술로 이겨 내다… 이정하 ‘파도손’ 대표
갑자기 찾아온 ‘조현병’… 미술로 치유
언론의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은 ‘유감’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7 01:06:35
 
▲ 2월2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이정하 파도손 대표가 예술활동의 정신적 치유효과를 말하며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정신적 장애도 마찬가지다. 조현병·분열정동장애·우울장애·양극성 정동장애 등 초고도산업사회에 진입하면 어느 나라나 보편적으로 흔해지는 질환들이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정신장애판정이 나왔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발생 원인별로 나눴을 때 후천성 95.3%(질환 74.2%·사고 21.1%)·선천성 2.8%. 절대다수가 후천적인 원인으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정하 미술 작가 겸 파도손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무실 건물의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진 하늘색 문이 맨 처음 눈에 띄었다. 딱 봐도 미술 하는 사람이 있는 건물임을 느끼게 한다. 이 대표는 여느 보통의 사람처럼 보이지만 정신장애를 이겨 낸 강한 내면의 소유자다
 
이 대표 역시 어느날 돌연 정신장애를 앓게 된 케이스다. 큰 고통을 겪으면서 정신장애인 인권단체 파도손을 만들고 미술활동을 해왔다사무실에 그림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그림 설명을 들으며 언제부터 작품활동을 했는지 물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리기 시작했는데 10여 년 넘게 그림을 못 그렸어요. 그릴 기회가 없었죠. 질환에 시달렸고 그러면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어요. 그림을 그릴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드로잉이나 스케치 정도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2년밖에 안 됐어요.”
 
지난해 장애문화예술원 지원으로 캔버스와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해준 도움에 이 대표는 감사를 표했다. 정신장애에 예술 활동은 치유 효과가 크다. 그림이나 글쓰기·음악·공예 등에 몰두하며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병을 극복해 갈 수 있다.
 
예술활동 자체가 최고의 치유 활동입니다. 다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위한 구상·재구성 과정이 정신질환으로부터 스스로를 치료하는 여정이라 생각해요. 예술활동이 치료의 좋은 매개체라고 느낍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파도손의 역사야말로 곧 정신장애인들 인권의 역사다. 2009년 온라인 정신장애당사자카페 정모에서 출발해 2013문화예술협동조합 파도손을 거쳐 2018사단법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 설립됐다.
 
“처음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어요. 지금과 같은 활동은 상상도 못했죠. 10년 전만 해도 상황이 매우 안 좋았어요. 열 번 이상 강제 입원을 당하면서 또다시 강제 입원하면 끝이라는 생각… 절박한 심정이었죠. 반복되는 강제 입원 속에 죽어야 이 끔찍한 상황이 끝나겠구나싶었을 정도에요. 너무나 절박해서 정신장애인권단체를 만들게 됐습니다. 정신장애로 판명되면 대부분 강제 입원을 당해야 했어요.” 
 
▲ 이정하 파도손 대표가 자신의 작품 ‘진실의 사과 프로젝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10년 전에 비해 치료를 둘러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환자들 간 견해차가 많이 개선됐으나 인식의 차이는 더 좁혀져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CT·MRI 등 첨단의학기술로도 마음을 볼 수는 없다. 유추할 뿐이다정신질환 치료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 신뢰가 중요한 이유다.
 
환자를 지나치게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에도 의사들 나름 환자를 아끼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역시 사회 전반적으로 환자들에게 엄혹했어요. 지금은 우선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 달라 꾸준히 호소했고 이야기를 들어 주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요. ”
 
파도손은 정신장애 치료법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0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대표가 동료지원가의 정신건강서비스 참여와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동료지원가란 정신장애 치료 및 재활을 통해 회복을 경험한 후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전공의(교육에도 참가하고 학술대회에 참가해서 발표도 했습니다강제 입원의 안좋은 점에 대해서 입장을 전달했어요.”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정신장애의 배경에 복잡 다양한 요소가 있으며 정신장애를 앓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닌데 사건·사고와 정신장애를 쉽게 연결시킨다정신장애가 결정적 원인인양 일종의 통념을 만들어 온 측면이 있다특수한 사례를 근거로 섣불리 일반화하는 경향을 돌아볼 시점이다.
 
“100명 가운데 한 두 명이 나쁜 일을 저지릅니다일반인들도 그 정도 비중의 나쁜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대다수의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거리가 멀어요언론이 만든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더 힘들어요조현병만 드러내놓고 보도하는 것도 문제에요.
 
파도손 회원 네트워크에 400여 명 정도가 있다. 매주 40~50명이 찾을 만큼 정신장애 커뮤니티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금요일마다 모임을 가지며 상담도 많이 이뤄진다비슷한 증세로 고통받는 사람들끼리 만남은 서로의 회복에 무척이나 소중하고 효과적이다.
 
장애로 인해 부당하게 잃은 것을 이야기하며 사회를 향해 기회를 달라’ 요청해야 한다고 봅니다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인권운동을 한 셈이에요병 때문이 아니라 인권을 잃었기에 그림을 그리지 못했거든요저 같은 당사자들 다수가 살아갈 기회를 빼앗겼어요다양한 생존 기회의 상실에 대해 각성하고 주변에 요구해야 해요그런 목소리를 규합하며 마음을 모으는 곳이 파도손입니다그래야 우리도 남들처럼 일할 수 있고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할 뿐 아니라 나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잠재적 범죄자라는 색안경, 오해와 편견을 깨려면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는 것이 중요합니다무관심을 벗어나야 해요오늘날 초고도산업사회에서 누구나 정신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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