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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황’ 나훈아의 본명은 최홍기다.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 초량초등학교와 대동중학교를 졸업하고 예술 계통의 서울 돈암동 서라벌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동중학 재학 시에는 야구선수로 활약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감독을 지낸 이희수는 그가 뛰어난 내야수였다고 기억한다. 당시 대동중학은 전국을 제패한 강팀이었다. 나훈아는 건장한 체구를 지닌 강타자였다. 고교에 진학하면서 유명 작곡가 사무실에 드나들며 가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앨범은 1966년 나온 ‘내 사랑아’였다. 반응이 없자 음반사 옥상에서 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듬해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의 노래는 향수·그리움·서러움의 정서를 혼합한 게 특징이다. 그의 인기에 편승해 ‘모창 가수’나 성대모사를 활용한 ‘너훈아’라는 가수도 폭발력이 제법이었다.
1960·70년대엔 가장 중요한 문화 수단이 라디오였다. 이 시기 나훈아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한 살 위인 남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남진과 나훈아의 인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나훈아는 최근까지도 새 앨범들을 발표해 왔고 끊임없이 순회공연을 이어 왔다는 점에서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 원로 가수의 앨범과 공연이 대중적 관심을 받아 핫이슈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국민 가왕’ 조용필과 나훈아 정도일 것이다. 수많은 히트곡을 직접 작곡해서 히트시킨 싱어송 라이터일 뿐만 아니라 노래방 반주기에 수록된 곡이 가장 많은 가수이기도 하다.
나훈아가 가수 인생 58년을 마무리하는 고별 콘서트를 최근 가졌다. 고별 무대에서 그는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치권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평소 공연 때마다 정치·저출생·남북관계 등 민감한 소재에 대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야 모두 국민을 갈라치기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책임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며 “왼팔 니는 잘했나!”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진정 생난리를 친 것은 기고만장한 야당이었다.
나훈아도 입으로 밥 벌어 먹는 가수이기 이전에 자연인이다. 바른 소리를 입막음하려는 그들의 행태가 한심스럽다. 비록 정든 무대에서는 떠날지언정 늘 건강한 모습으로 노래와 함께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박병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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