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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인터뷰 때 “이번 공방으로 이란 정권교체를 초래할 가능성”을 자신하며 지난 45년 제재에 허덕여 온 이란의 취약성을 짚었다. 이스라엘군 공격 목표물 범위가 에너지·산업·도시시설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이란의 핵폭탄·미사일 개발 등 군사 관련 역량 파괴를 넘어 정부의 무능과 경제난에 대한 이란인들 불만을 부추겨 정권 붕괴를 유도할 태세다. 네타냐후는 13일 새벽 첫 공격 직후 연설에서 이란 국민들을 향해 “일어나 당신들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라”며 저항을 촉구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선 이스라엘의 목표 설정이 14일 밤부터 에너지·산업 시설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인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14광구의 천연가스 정제공장 공격 후 가스 생산이 일부 정지되고 화재가 일어났다. 테헤란 외곽의 샤흐런 정유단지 유류저장고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광경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 국내외에 충격을 줬다. 이튿날엔 이란의 공항, 전자제품 제조공장, 경찰서, 항공기 정비소, 테헤란의 모스크 관리 정부 부처 사무실 등이 공습 당했으며 테헤란 등 이란의 주요 도시 주변 고속도로엔 피란민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당시 국무부와 백악관 내 이란 관련 업무 담당자였던 리처드 네퓨는 WP에 “단순히 핵 프로그램 제거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작정한 느낌이 확실히 든다”며 그게 이란 핵을 저지할 최선의 방법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란의 보통국가화를 위해 ‘신정 시스템 중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선 ‘체제 교체’라 할 만하다. 이스라엘군 정보기관 고위간부 출신인 요시 쿠퍼바서 역시 WP에 “이스라엘의 1차 목표가 이란 정권 교체는 아니지만 그런 결과로 이어질 경우 불평할 이스라엘 사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테헤란에서 원인불명 사고로 하수관이 파열돼 분뇨가 거리에 흘러넘치고 자동차들이 드론 공격 등으로 잇달아 폭발한 소식을 전하며 이란사람들 마음을 뒤흔들기 위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최선책은 지하 깊숙이 묻힌 농축 시설 폭격보다 이를 건설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것 같다. 그게 이스라엘 생존에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봤다. 텔레그래프는 “그렇다면 이란의 노후화한 국내 에너지 부문이 가장 취약한 지점일 것”이라며 전력공급 중단으로 벌어질 민생 붕괴 상황을 꼽았다. 혁명수비대가 암호화폐 채굴을 하느라 전력을 대량 소비해 자주 정전이 발생한다는 소문 또한 민심 자극 요소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대리세력 ‘저항의 축’이 조용해 주목된다. 핵심 세력이었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빈사상태에 빠졌으며 이라크 민병대 등 나머지 친이란 무장세력들도 중심을 잃고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간 이스라엘과 전쟁 시 이란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던 헤즈볼라가 그저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사망한 이란군 고위 장교들에 애도를 표했을 뿐이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들도 이스라엘이 이라크 영공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곤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온 이들 대리세력이 가자전쟁 이후 대부분 군사적 타격을 크게 입었으며 각자 처한 국내 정치 상황 등에 따른 ‘사기 저하’ 탓으로 보인다고 AP가 짚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 이전부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구호를 내건 이란 주도 군사 네트워크(저항의 축)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관측이 올해 들어 꾸준히 제기됐다. 이란의 전폭적 지원 아래 한때 10만 명 이상의 전투원과 약 15만기 로켓·미사일 등을 보유한 ‘세계 최강 비정규군’이라던 헤즈볼라의 쇠퇴가 결정적이었다.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는 하마스 원조 명분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서 미사일 공격을 늘려갔고 이것이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을 불렀다. 결국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과정에서 하산 나스랄라 등 수장과 고위 지도부 및 무기 상당수를 잃었다. 작년 11월 미국 중재로 휴전을 맺은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일부 지역을 점령한 상태다. 더구나 이란 무기 보급로마저 끊겼다. 그간 밀수 통로 역할을 하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분주한 러시아가 뒤를 못 봐주자 작년 말 돌연 붕괴한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군사 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레이그 교수는 AP에 “헤즈볼라 구성원들 사이에 이란의 역내 이해관계를 위해 희생당했다는 인식, 자국 내 입지 다지기에 집중하자는 요구가 커졌다”며 (예멘)후티와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들의 현실, 특히 “이들에겐 한때 헤즈볼라가 가졌던 수준의 대(對)이스라엘 장거리 타격 능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라크의 민병대들도 자국 정부군 편입 등 각자도생에 나선 모양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레나드 만수르 선임 연구원은 AP에 “이라크 민명대들이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나 목격했으며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가 될까 걱정한다”고 짚었다. 한편 15일 이란을 도와 이스라엘 자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후티 주장에 크레이그 교수가 지리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고 군사력도 헤즈볼라에 비해 약한 편이라 비현실적이라며 이들 저항의 축을 “각자 생존에 몰두한 느슨한 네트워크”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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