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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1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했다.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의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발레곡(작품 번호 20번)을 기반으로 만든 발레 작품으로 1877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다양한 버전으로 각색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혹은 러시아 민담을 바탕으로 이 공연은 원래 낮에는 백조, 밤에는 인간으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와 그녀를 사랑하는 지그프리트 왕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영국 왕실이 배경으로 여성 백조 대신 남성 백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전 발레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깬다.
또 멋진 왕자님을 유약한 왕자로, 우아한 백조를 강인한 백조로 탈바꿈시키는 등 원작의 이야기를 180도 비튼다. 극 중 왕자와 남자 백조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동성애 코드로 읽히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람에 따라 백조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백조는 왕자의 이상적 자아로 왕실의 엄격함을 벗어나 자유로움에 도달하고 싶은 내적 욕망의 현현 즉 왕자의 ‘남자 되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남성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백조의 군무다. 남성 백조는 매튜 본이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 출발점이기도 하다.
원작 ‘백조의 호수’가 우아함의 극치를 달린다면 매튜 본의 작품은 발레리노들의 점프 동작을 강조하고 달밤 아래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의 모습과 떼로 등장하는 남성 백조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등 강력한 역동성이 특징이다.
왕자가 백조를 쫓아갈 때 깔리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정경’은 원래 2막에서 오데트 공주가 처음 등장하는 부분에 사용되던 음악으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매튜 본의 ‘정경’에는 애절함과 신비로움에 더해 동성애 코드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흐른다.
무대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떠올리게 하는 여왕과 왕자의 관계, 동성애 코드로 읽히는 왕자와 백조, 바(bar)를 재현한 무대 공간, 하의만 입고 맨발로 힘차게 도약하는 발레리노의 모습 등 새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199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후 1996년 영국의 권위 있는 공연 예술상인 올리비에상을, 1999년에는 미국 토니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3년 초연해 다섯 차례 공연하며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2019년 이후 6년 만으로 ‘백조의 호수’ 30주년 기념 순회공연 일환으로 열렸다. 공연은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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