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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정) 광물자원법’이 1일 발효됐다. 작년 11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12차 회의에서 통과돼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7월1일 시행에 들어간다고 현지 관영 매체들이 지난달 30일 전했다. 1986년 제정 이래 최초의 대대적 개정이다. 전면적 체계적 광물안보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미·중 갈등 속에 특정 광물의 공급망 강화를 넘어 그 지배력의 전략 무기화 행보로 풀이된다. 국가 승인 절차를 규정해 무단 탐사·채굴을 금하는 게 제정 당시의 취지였으며 1996년·2009년 개정 역시 주로 법적 책임 소재와 처불 수위를 높였을 뿐이나 이번 개정에선 희토류의 안보적 의미와 대외 무기화 가능성이 뚜렷해졌다.
1조에 ‘국가 광물자원 안전 보장’ 목표가 추가됐으며, 3조에선 광물자원의 개발·활용·보호 관련해 따라야 할 원칙으로 ‘전반적인 국가안보 관점을 관철함으로써 발전과 안전을 총괄’할 것을 명시했다. 또 경제안보·국방 등 측면에서 중요한 광물자원을 전략광물 목록으로 통합 관리·보호하며 비상대응을 위한 비축체계도 구축하도록 법제화했다. 앞서 중국 자연자원부가 “국내 광물자원 수요와 소비가 날로 증가하고 녹색 저탄소 혁명이 전 세계에서 진행됨에 따라 광물자원과 그 통제권 다툼이 강대국 간 경쟁의 핵심”이자 “중국식 현대화 건설에 반드시 직면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중(重)희토류(터븀·디스프로슘·홀뮴·에르븀·툴륨·이터븀·루테튬·이트륨) 공급량의 99%, 자석 생산량 90%를 점유한다. 4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희토류 7종의 수출을 통제했다. 이로써 전 세계 자동차·방산·로봇 산업이 모두 타격을 입었다. 미·중국 관세전쟁 휴전 후 이 문제가 봉합됐음에도 중국 측 수출통제가 여전하다고들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약 없는 통관 지연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그달 10일 미·중 2차 고위급 런던 회담에서 희토류 금수 문제를 풀기로 합의했으면서 공식 통제목록에 안 들어간 품목들까지 추가 검사나 화학 분석을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요즘 중국 세관 당국이 ‘자석’에 특히 민감해 “검사가 1∼2개월 걸리기도 한다”는 현지 업체 관계자들 하소연이 전해졌다. 해당 물질 전혀 없어도 세관검사 대상과 한 컨테이너에 실리면 덩달아 통관이 늦어질 수 있다고 한다. FT는 이게 전기차 모터, 드론 및 첨단 무기, 항공우주 분야, 풍력 발전기, 스마트폰·하드디스크 등 정밀전자에 필수 소재라는 점에서 지정학적 산업전략적 이유가 복합 작용한 결과로 짚었다. 미국·유럽연합(EU)과의 기술패권 전쟁 한가운데 희토류 수출통제란 중국의 주요 카드인 셈이다. 자석 수출신청서에선 정확한 사용목적, 구매자의 최종 국명, 자석의 자기 특성 및 성능 등급, 포함될 제품의 수출 재판매 여부를 기재하도록 해 미국·대만·일본 등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까지 강력 경계한다.
2022~2024년 미국·일본·네덜란드 등이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도 중국은 희토류 금수로 맞섰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일부 서방계 대기업이나 방위산업 관련 최종 사용자가 포함된 주문의 경우 중국 세관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수개월째 보류될 때가 있어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나온다.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허가 승인 (과정)이 개선되긴 했지만 정기적 안정적 예측 가능한 절차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 기업과 EU 당국 등이 최근 몇 주 ‘긴급수출승인요청’ 목록을 전달해서야 겨우 승인받은 점도 중국 정부가 언제든 이용할 카드임을 재확인시켜 준 다.
중국 내 서방 기업 대상의 최근 설문조사에선 60% 넘는 기업들이 수출 허가를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럽계 고위 임원이 희토류와 자석의 수출 허가 획득 이후에도 세관의 추가 검사로 인한 배송 지연 사례가 있다며 “블랙박스 분석처럼 누가 분석하는지, 얼마나 걸릴지, 현재 진행 단계가 어디쯤인지 전혀 알 수 없어 매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상무부와 세관 당국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2010년 센카쿠(댜오위다오) 갈등 때만 해도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일본을 사흘 만에 무릎 꿇렸으나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후 일본은 캐나다·베트남·호주로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렀다.
자국 내 정제시설을 건설 중인 미국, 노르웨이·스웨덴·그린란드 등에서 자원 확보에 노력하는 EU 2019년 트럼프 첫 임기 시절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본격화해 2000억 달러 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희토류 광산 현장을 방문해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암시한 제스처로 해석됐었다. 실행하진 않은 채 시장에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고 평가되지만 점점 쉽게 쓸 수 없는 카드가 돼 가는 게 현실이다. 시장 내 탈중국화가 심해지고 각국이 저마다 자구책을 강구하는 추세다.
한편 지난달 26일자 영국 일간 가디안에선 “희토류가 중국에 경제적 축복을, 환경 측면에선 재앙을 남겼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내 희토류 80%가 매장된 내몽고자치구 바오터우시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6만5000위안(약 3100만 원)으로 중국 전국 평균 9만5700위안(약 1800만원)을 크게 웃돈다. 희토류로 인한 이 도시의 수익이 작년에만 1000억 위안(약 19조 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방사성 폐기물이 수자원 오염 등 주변 환경을 망가뜨렸다. 주민 건강 악화도 심각하다. 이를 줄일 기술이 있지만 비용 문제로 거의 안 쓴다고 가디언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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